"배아줄기세포로 파킨슨 치료…중간 데이터 분석, 유효성 확인"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활용한 도파민 신경세포가 파킨슨병 환자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소규모 임상 결과가 공개됐다. 12명의 임상참여자 중 3명을 대상으로 한 1년 추적관찰에서 미국 선두그룹의 치료제보다 증상 개선 효과가 컸다.

김동욱 연세대 의대 생리학교실 교수는 25일 이런 내용의 중간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임상 연구에 활용된 약물은 에스바이오메딕스의 파킨슨병 치료제 후보물질 'TED-A9'다.

장진우 고려대 안암병원 신경외과 교수와 이필휴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는 김 교수가 개발한 인간 배아줄기세포유래 중뇌 도파민 신경세포를 파킨슨병 환자에게 투여하는 임상시험을 진행중이다.

이들은 파킨슨병 진단 후 5년 넘게 지난 환자 중 항파킨슨 약물치료를 했지만 약효소진현상(wearing off), 보행동결현상(freezing of gait) 등의 부작용을 보이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1·2a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임상 대상자 12명 중 1년이 지난 저용량(315만개 세포) 투여 대상자 3명을 별도로 분석해 데이터를 공개했다.

그 결과 자기공명영상(MRI), 컴퓨터단층촬영(CT) 등에서 세포 이식이나 수술 부작용을 확인되지 않았다. 파킨슨병이 심해질수록 점수가 높아지는 파킨슨병 통합 점수 파트3(MDS-UPDRS Part III(off))은 평균 12.7점 감소했다. 약효소진현상이나 보행동결현상 등도 좋아졌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식 1년 후 도파민 뇌영상(FP-CIT-PET)에선 부분적으로 도파민 수송체가 증가했다. 도파민 신경세포가 생착됐을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독일 바이엘의 자회사 블루락이 개발하고 있는 배아줄기세포유래 파킨슨병치료제 '벰다네프로셀' 임상시험에선 1년 후 저용량(180만개 세포) 투여 그룹의 MDS-UPDRS Part III (off) 평가 점수가 평균 7.6점 줄었다. 고용량(540만개 세포) 투여 그룹은 12.4점 줄었다. 국내에서 진행된 이번 임상시험 결과가 더 좋은 성과를 냈다는 의미다.

이번 임상시험은 세브란스병원에서 투여 후 2년까지 추적 관찰하도록 설계됐다. 장 교수는 "12명 대상자 모두가 아닌 수술 후 1년 경과한 첫 3명 저용량 투여 대상 환자의 임상 평가이지만 특이한 안전성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고 임상적 유효성에서도 우수한 결과를 보였다"고 했다.

김 교수는 "동물 시험 결과와 임상시험 결과가 상당히 일치하는 것 같다"며 "지금까지의 증상완화적 치료를 넘어 환자 뇌에 죽은 도파민 세포를 새 도파민 세포로 교체해주는 근본적 치료제가 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식수술 환자 12명에 대한 장기 안전성과 임상적 유효성이 최종 확인되면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b·3상 임상시험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