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30대 직장인 박 모씨는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시작 직후 재택근무용으로 구입한 노트북을 바꾸기 위해 신형 노트북을 물색 중이다. 박 씨는 "오프라인 환경에서도 생성형 인공지능(AI)를 사용할 수 있는 노트북이 나온다고 해서 교체 시 관련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노트북으로 구입하려 한다"고 말했다.

하반기 AI PC 신모델이 쏟아지면서 노트북·PC 시장 ‘별들의 전쟁’이 시작됐다. 관련 업계에서는 경기 침체와 수요 부진으로 정체됐던 관련 시장이 AI를 계기로 활황을 누리기를 기대하는 모양새다.
사진=뉴스1
사진=뉴스1
2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부터 20곳이 넘는 PC 제조사가 AI 성능을 내세운 PC 칩셋인 퀄컴의 '스냅드래곤 X' 시리즈 탑재 PC 판매를 시작했다. 스냅드래곤 X 시리즈는 신경망처리장치(NPU) 처리속도가 최대 45TOPS(초당 45조 회 연산)로, 시판 PC 칩셋 중 가장 우수한 AI 칩 중 하나로 꼽힌다. 신제품 대다수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생성형 AI 서비스 '코파일럿'을 탑재한 코파일럿+ PC다.

이에 온라인상에서 서버·클라우드에 연결하지 않아도 기기 내에서 AI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온디바이스 AI PC 시대가 본격화할 것이란 기대가 커진다. 박상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스냅드래곤 X 시리즈의 뛰어난 AI 성능은 AI PC의 완성도를 향상시켜 결과적으로 AI PC 수요를 촉진할 것"이라며 "온디바이스 AI는 스마트폰에서 시작한 만큼 상품성 있는 온디바이스 AI 서비스가 PC에서 구현되기 위해서는 AI 프로세서의 성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평가했다.

국내에서도 온디바이스 AI를 내세운 AI 노트북이 줄줄이 고객을 만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8일 온디바이스 AI와 클라우드 AI를 모두 지원하는 '하이브리드 AI'를 표방한 갤럭시북4 엣지를 정식 출시했다. 신제품은 MS의 코파일럿과 삼성전자의 '갤럭시 AI'를 함께 활용할 수 있는 점을 내세웠다. 갤럭시 북 시리즈 중 첫 코파일럿+ PC로, 클라우드 AI 기반으로만 동작하던 기존 코파일럿 기능을 오프라인 상태의 온디바이스 AI 기반으로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갤럭시 북4 엣지는 한국에서 출시된 노트북 중 스냅드래곤 X 엘리트를 탑재한 첫 번째 노트북이기도 하다.

HP도 AI PC인 ‘HP 옴니북 X’와 ‘HP 엘리트북 울트라’를 지난 25일 출시했다. MS의 코파일럿+를 지원하고, 온디바이스에서 언어 모델과 생성형 AI를 활용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마이크로소프트와 델, 레노버, 에이서, 에이수스 등 역시 노트북을 포함한 AI PC 라인업을 출시하거나 예고한 상태다.
사진=뉴스1
사진=뉴스1
‘AI 지각생’이라는 평가를 받은 애플은 AI 특화 차세대 칩 'M4'를 장착한 신형 태블릿 PC 아이패드 프로를 지난 19일 국내에 출시했다. 차세대 시스템온칩(SoC) M4를 품은 신형 아이패드 프로는 '강력한 AI 기기'를 표방한다. 애플은 지난 10일 연례 세계개발자회의(WWDC) 2024에서 ‘애플 인텔리전스’라는 이름의 새 AI 기술을 공개하면서 아이패드를 활용해 온디바이스 AI 기능을 소개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하반기 AI PC로 교체 수요가 일어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박준호 삼성전자 MX사업부 갤럭시 에코 상품기획팀장(상무)는 갤럭시북4 엣지 출시 행사에서 "4년 주기로 돌아오는 PC 대체 수요가 올해 시작된 데다 새로운 AI PC 시대를 맞아 큰 변화가 예상된다"며 "올해 국내에서 판매되는 AI 노트북 3대 중 2대가 갤럭시 북이 될 수 있도록 AI 사용성을 지속 혁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향후 AI PC 수요는 급증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AI PC 수요와 새로운 교체 주기에 힘입어 올해 PC 시장 출하량이 전년보다 3%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더해 시장조사업체 IDC는 AI PC 출하량이 올해 5000만 대를 기록한 후, 2027년에는 전체 PC의 60%인 1억6700만 대로 증가할 것으로 관측했다.

초기 수요 역시 순항하는 분위기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대만 IT기업의 5월 매출 합계는 지난해 5월보다 17% 급증한 1조6800억대만달러(약 71조9000억원)로 집계됐다. AI 서버 관련 수요와 함께 코파일럿 PC에 대한 사전 주문 수요가 시장 기대치를 상회한 결과란 분석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MS의 생성형 AI가 탑재된 코파일럿+ PC가 공식 출시됐다"며 "AI PC가 다수 동시 출시되며 이로 인한 PC 수요 증가가 기대된다"고 진단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