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美 요구에 팔레스타인 가족 추방…"하마스 정보원" 이유
브라질이 공항에 도착한 팔레스타인 가족을 '하마스 정보원'이라는 이유로 추방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브라질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출발해 지난 21일 상파울루 구아룰류스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려던 무슬림 아부마르(37)와 임신 중인 아내, 아들, 장모를 구금한 뒤 23일 추방했다.

추방된 아부마르는 아시아중동센터 사무총장 직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아내는 말레이시아인이며 아들도 말레이시아에서 태어났다.

브라질 연방 경찰의 고위 관리는 아부마르를 '하마스 정보원'으로 지목한 미국 국무부의 추방 요청이 있었으며 연방 판사도 아부마르가 하마스와 긴밀한 관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해 추방을 허용했다고 밝혔다.

연방 판사는 당초 22일 이뤄지려던 아부마르 가족의 추방을 중단시켰으나 경찰이 제출한 입증자료를 검토한 뒤 다음날 추방을 승인했다.

아부마르가 소셜미디어에 하마스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와 만났던 사진을 게시한 것이 추방 결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아부마르의 변호인은 브라질이 미국의 테러 감시 명단에 아부마르의 이름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미국의 정치적인 요구에 굴복, 추방을 결정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브라질 경찰 소식통은 아부마르가 입국 이유를 형제 방문이라고 적었으나 가지고 온 짐의 양 등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브라질에 머물면서 하마스 브라질 대변인 역할을 하려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식통은 아부마르가 좌파 성향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의 3선 임기 첫날인 지난해 1월 1일에도 브라질에 도착했었다고 덧붙였다.

룰라 대통령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해왔으며, 지난해 10월 시작된 가자지구 전쟁에서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등 친팔레스타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룰라 대통령은 2010년 두번째 임기 중에 브라질리아에 팔레스타인 대사관 설립을 허용했다.

한편 브라질 주재 팔레스타인 대사인 이브라힘 알 제벤은 아부마르 추방과 관련해 아무도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면서 "우리는 브라질 정책을 믿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