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그림으로 뉴욕 홀린 30대 작가, 한국으로 ‘금의환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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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김조은 개인전 '최소침습'
글래드스톤에서 8월 3일까지
글래드스톤에서 8월 3일까지
화가를 꿈꾸던 아침(미국 활동명) 김조은(35)은 20대 때 붓을 한번 놓았다. '그림 잘 그리는 아이'란 주변 시선에 질렸다. 2010년 미국으로 떠났다. 연극 대본을 쓰고, 스테인드글라스 작업을 하거나 책 제본소에서 일하는 등 샛길을 걸었다.
다시 붓을 집어 든 건 9년이 지나고서다. 무언가 '도전적인' 작업을 찾아 헤매던 중 한국화 작업이 눈에 들어왔다. 작가는 고향에 두고 온 할머니와 어머니, 동생 등 기억 속 주변 여성들의 모습을 비단에 옮기기 시작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2019년 뉴욕에서 첫 개인전을 연 뒤 하퍼스, 메이크룸 등 현지 화랑에서 연달아 러브콜을 받았다. LA와 뉴욕에 기반한 갤러리인 프랑수아 게발리의 전속작가가 됐다. 특히 그는 여성 컬렉터를 중심으로 '세대와 국경을 초월한 공감대를 형성한다'고 평가받는다. 김조은이 서울 청담동 글래드스톤에서 국내 첫 개인전을 열며 금의환향했다. 해외에서 먼저 이름을 알린 작가가 한국으로 역수입된 셈이다.
'최소침습(最小侵襲)'이란 제목으로 열린 이번 개인전에는 신작 실크 드로잉 등 14점이 걸렸다. 최근 외과수술을 받은 작가는 타인에 대한 섬세한 손길의 중요성을 실감했다고 한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들이 주로 고통과 돌봄, 사랑에 대한 기억을 다루는 이유다.
작가는 전시명이 어떤 인생관이라고 표현한다. "최소한으로 자신을 드러내길 바라면서도 누군가의 기억에 남길 바라는, 거창한 행동보다 사소한 다정함을 더 소중히 여기는 아이러니한 인생관이죠." 작가는 간헐적인 사시로 태어났다. 남들이 보는 평범한 입체도 작가 눈엔 왜곡된 형상으로 보인다. 제한된 입체시력은 작가가 '투명주의'라고 명명한 기법으로 이어졌다. 여러 겹의 반투명한 레이어가 층층이 쌓인 작품이 인물의 전후좌우 시점을 동시에 투사한다.
작품 대부분은 그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는다. 고통스러운 과거다. 수술실에서 약에 취해 갈증을 호소하는 여인, 문밖에 찾아온 채권자들을 피해 두려움에 떠는 자매 등이 투명한 실루엣처럼 그려졌다. 사람의 피부, 머리카락과 비슷한 질감을 지닌 실크 작품들엔 인물 간의 스킨십이 두드러진다. 물리적 접촉을 최소화한다는 뜻의 '최소침습'과 상반된다. 여성들은 서로 어깨에 손을 올리거나 부둥켜안고 흐느낀다. "개인적으로 스킨십이 편치 않아요. 그림에서만큼은 얼마든지 사람의 손을 잡고 위로받고 싶었습니다."
미국 활동명 아침(Aatchim)은 작가의 한국 이름 '朝恩'(아침 조, 은혜 은)에서 따왔다. 한국과 미국 두 문화를 아우르겠다는 포부에서 이러한 이름을 골랐다. 전시는 8월 3일까지다. 안시욱 기자
다시 붓을 집어 든 건 9년이 지나고서다. 무언가 '도전적인' 작업을 찾아 헤매던 중 한국화 작업이 눈에 들어왔다. 작가는 고향에 두고 온 할머니와 어머니, 동생 등 기억 속 주변 여성들의 모습을 비단에 옮기기 시작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2019년 뉴욕에서 첫 개인전을 연 뒤 하퍼스, 메이크룸 등 현지 화랑에서 연달아 러브콜을 받았다. LA와 뉴욕에 기반한 갤러리인 프랑수아 게발리의 전속작가가 됐다. 특히 그는 여성 컬렉터를 중심으로 '세대와 국경을 초월한 공감대를 형성한다'고 평가받는다. 김조은이 서울 청담동 글래드스톤에서 국내 첫 개인전을 열며 금의환향했다. 해외에서 먼저 이름을 알린 작가가 한국으로 역수입된 셈이다.
'최소침습(最小侵襲)'이란 제목으로 열린 이번 개인전에는 신작 실크 드로잉 등 14점이 걸렸다. 최근 외과수술을 받은 작가는 타인에 대한 섬세한 손길의 중요성을 실감했다고 한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들이 주로 고통과 돌봄, 사랑에 대한 기억을 다루는 이유다.
작가는 전시명이 어떤 인생관이라고 표현한다. "최소한으로 자신을 드러내길 바라면서도 누군가의 기억에 남길 바라는, 거창한 행동보다 사소한 다정함을 더 소중히 여기는 아이러니한 인생관이죠." 작가는 간헐적인 사시로 태어났다. 남들이 보는 평범한 입체도 작가 눈엔 왜곡된 형상으로 보인다. 제한된 입체시력은 작가가 '투명주의'라고 명명한 기법으로 이어졌다. 여러 겹의 반투명한 레이어가 층층이 쌓인 작품이 인물의 전후좌우 시점을 동시에 투사한다.
작품 대부분은 그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는다. 고통스러운 과거다. 수술실에서 약에 취해 갈증을 호소하는 여인, 문밖에 찾아온 채권자들을 피해 두려움에 떠는 자매 등이 투명한 실루엣처럼 그려졌다. 사람의 피부, 머리카락과 비슷한 질감을 지닌 실크 작품들엔 인물 간의 스킨십이 두드러진다. 물리적 접촉을 최소화한다는 뜻의 '최소침습'과 상반된다. 여성들은 서로 어깨에 손을 올리거나 부둥켜안고 흐느낀다. "개인적으로 스킨십이 편치 않아요. 그림에서만큼은 얼마든지 사람의 손을 잡고 위로받고 싶었습니다."
미국 활동명 아침(Aatchim)은 작가의 한국 이름 '朝恩'(아침 조, 은혜 은)에서 따왔다. 한국과 미국 두 문화를 아우르겠다는 포부에서 이러한 이름을 골랐다. 전시는 8월 3일까지다. 안시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