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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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발암성 화학물질인 과불화화합물(PFAS)이 정수장과 하천에서 잇따라 검출된 가운데, PFAS에 오염된 수돗물을 사용한 현지 주민의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에 일본 정부가 전국 단위 수돗물 현황 조사에 착수했다.

24일 교도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난달 전국 47개 도도부현(광역자치단체)의 지자체 담당 부서나 수도 사업자 등에 오염 실태 파악을 요청하는 문서를 발송했다.

조사 기한은 오는 9월까지다. 일본 정부는 수돗물 등에서 검출된 PFAS 농도와 관련해 정수장 정보를 요구했다.

일본에서는 PFAS가 일본수도협회 통계 검사항목 중 하나로 포함돼 있으나 그동안 급수 인구 5000명 이상 대형 수도 등으로 조사 대상이 한정적이었다. 처음으로 전국 단위 수돗물 현황 조사를 벌인 것이다.

PFAS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유기불소 화합물을 일컫는 용어다. 비교적 최근에야 유해성이 알려졌다. 자연에서 잘 분해되지 않아 '영원한 화학물질'(forever chemicals)이라고도 불린다.

이와 관련 NHK는 "일본 전국 각지에서 'PFAS 오염'이 밝혀지고 있다"며 일본의 한 시골 마을 사람들의 피해 사례를 언급했다.

지난해 10월 오카야마현의 한 마을 수돗물에서 일본의 잠정 목표치인 1리터(ℓ)당 50나노그램(ng)의 28배에 달하는 1400ng의 PFAS가 검출됐다.

이 마을엔 약 1000명의 주민이 거주한다. 이 마을에 거주하는 60대 여성은 혈액 검사 결과 혈중에서 1밀리리터(㎖)당 362.9ng의 PFAS가 검출됐다. 이는 미국 학술기관이 건강 위험이 커진다고 지적하는 값(20ng/㎖)의 18배에 해당한다. 혈액 검사를 받은 마을 주민 27명 모두 이 수치를 웃돌았다고 NHK는 전했다.

결국 이 여성은 '이상지질혈증' 진단을 받았으며 꾸준히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

NHK 조사에 따르면 주민들의 혈액 검사 결과지에서 특히 눈에 띈 것은 유산 경험이었다. 마을 주민 30대~40대 여성 5명 중 3명이 유산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마을의 43세 여성은 13년 전 도쿄에서 이 마을로 이사 온 뒤 3번 유산을 경험했다고 한다.

NHK는 "PFAS의 높은 혈중 농도와 유산 위험이 연관이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최근 몇 년간 해외에서는 (이들이) 관련 있다고 결론 내린 논문이 여러 편 발표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향후 수돗물 수질 목표치 등을 재검토할 계획이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