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주족 구경하다 날벼락' 인도 덮친 차량에 10대 3명 이송
"부왕 부왕 끼이익 쾅."
6·25 전쟁 74주년인 25일 야심한 새벽 광주 서구 광천동 한 교차로는 오토바이 폭주족이 집결한다는 소식을 귀동냥으로 전해 듣고 모인 10대 수십 명으로 북적거렸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으로 친구와 만날 시간을 저마다 정한 이들은 교차로 인근 인도에서 집결 시간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그사이 교차로 먼발치에서 휘황찬란한 조명으로 불법 개조한 오토바이 폭주족이 하나둘 모여들었고, 폭주족은 어두컴컴한 도로 위를 빠른 속도로 질주했다.

굉음을 내거나 오와 열을 맞춰 교차로를 빙글빙글 돌던 폭주족은 구경하러 온 이들에게 뽐내기라도 하듯 중앙선을 넘나드는 곡예 운전도 했다.

동시에 "폭주족이 있다"는 시민 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현장에 속속 도착했고, 곧바로 폭주족에게 해산 명령을 내리며 상황은 일단락된 듯 보였다.

오토바이에 번호판을 부착하지 않은 폭주족들은 삽시간에 달아나거나 뿔뿔이 흩어졌고, 이들이 떠난 자리를 서성거리던 10대 구경꾼들도 서서히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러던 찰나 교차로에 진입한 승용차 1대가 맞은편에서 우회전하던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 부딪혔고, 이 충격 여파로 튕겨 나갔다.

굉음과 함께 도로에 진한 스키드마크를 남긴 차량은 가까스로 멈춰 섰지만, 인도 위에 있던 10대 A군 등 보행자 3명을 덮쳤다.

눈 깜짝할 새 일어난 사고로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는데, 차량 범퍼는 떨어져 나갔고 사방으로 튕겨 나간 자체 파편은 교차로 위에 나뒹굴었다.

출동한 소방 당국은 다리를 크게 다친 A군 등 구경꾼 3명, 두 차량 운전자 2명 등 총 5명을 병원으로 이송했다.

두 운전자 모두 당시 음주 상태이거나 무면허 운전은 아닌 것으로 조사됐으며, 폭주족과는 연관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사고를 낸 20대 운전자 B씨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