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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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차익실현 매물 출회에 주가가 내리막길을 걷던 엔비디아가 급반등에 성공하면서 SK하이닉스도 다시 주가 상승 흐름을 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호실적이 예상된 마이크론 실적 발표도 눈앞에 두고 있어 시장의 기대감이 모이고 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SK하이닉스 주가는 전일 대비 0.9% 상승한 22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개장 직후에는 21만5500원까지 하락했지만, 오후 들어 낙폭을 만회하고 상승폭을 키웠다. 특히 엔비디아가 6.68% 급락한 이후 개장한 한국 증시에서 반등에 성공했다는 게 눈길을 끈다.

전날 기관투자자는 SK하이닉스 주식 1396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기관이 가장 많이 산 종목 1위다. 반면 외국인과 개인은 각각 1197억원어치와 230억원어치를 팔았다.

마이크론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메모리 반도체 업계 실적 풍향계로 불리는 마이크론은 26일(현지시간) 뉴욕증시 마감 이후 2024회계연도 3분기(2~5월) 실적을 발표한다. 현지에선 이번 분기 마이크론의 깜짝실적(어닝 서프라이즈)을 예상하고 있다.

증권가의 마이크론에 대한 목표주가 상향도 이어지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씨티그룹이 마이크론에 대한 목표주가를 올렸다. 통상 실적 발표를 앞두고 목표가가 상향되는 건 깜짝실적의 전조 현상으로 꼽힌다. 마이크론이 시장 기대를 웃도는 호실적을 내놓게 되면 메모리반도체 시황 회복을 실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돼 투자심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마이크론이 실적발표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 생산 투자에 대해 설명할지도 SK하이닉스 주주들에겐 관심사다.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로의 공급을 독점하다시피 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의 공급 과잉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서다. 마이크론과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공급망 속으로 진입하면 공급이 늘어나면서 SK하이닉스의 입지가 좁아질 우려도 있다.

하지만 증권가 전문가들은 HBM의 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전망이라며 공급 과잉 우려에 대해 선을 긋는다. 오히려 공급 부족을 걱정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박준영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올 3분기부터 HBM 탑재량이 대폭 늘어난 엔비디아의 B100이 양산됨에 따라 곧바로 HBM 숏티지(공급부족) 구간에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AI 거품론를 촉발시킨 엔비디아의 주가 조정도 일단락된 분위기다. 26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는 6.57% 급반등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올 들어 154.62% 상승했다. 지난 18일에는 주당 128.07달러(시가총액 3조3350억달러)까지 오르며 전 세계 주식시장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큰 종목에 등극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튿날부터 3거래일동안 12.9% 하락하며 AI 거품론에 불을 당겼다.

엔비디아 주가 하락의 계기는 내부자들의 주식 매도였다. 이달 들어 최고경영자(CEO)인 젠슨황을 비롯한 내부자들의 누적 순매도 금액이 4억5000만달러에 달했다는 소식이 나왔다.

하지만 내부자들의 주식 매도 규모가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내부자들이 주가를 고점으로 인식하고 차익실현을 과거보다 강하게 하고 있는지를 보려면 가격 효과가 배제된 거래량을 봐야 한다"며 "거래량만을 기준으로 보면 최근 내부자들의 매도세가 나타나긴 했지만, 매도 강도는 2020년 대비 약하다"고 설명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