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을 무난하게 통과했다.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전 감독 경질 후 약 4개월가량 정식 사령탑은 없었지만, 2명의 임시 감독이 지휘봉을 넘겨받으며 위기를 넘겼다. 하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은 멀고도 험하다.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한 본격적인 장도에 오르기 위해선 확실한 플랜을 갖춘 정식 사령탑을 하루빨리 선임해야 한다.김도훈 임시 감독이 이끈 한국은 지난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중국과의 2차 예선 C조 최종 6차전에서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했다. 5승 1무(승점 16)를 기록해 조 1위로 3차 예선에 진출한 한국은 오는 20일 발표될 FIFA랭킹에서 아시아 3위 자리를 지켜 조 편성 1번 포트(톱 시드)에 들어가게 됐다. 까다로운 상대인 일본과 이란을 피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북중미월드컵부터 아시아에 배정된 본선행 티켓이 4.5장에서 8.5장으로 대폭 늘어났다. 3차 예선은 18개 팀이 참가해 6개 팀씩 3개 조로 나뉘어 경쟁하는데, 각 조 1·2위 6개 팀이 본선에 진출한다. 각 조 3·4위 6개 팀이 4차 예선을 치러 2장의 본선행 티켓 주인공을 가리고, 5차예선과 대륙 간 플레이오프를 치러 마지막 0.5장의 주인이 결정된다. 3차 예선 톱 시드 진출이라는 한고비를 넘긴 한국은 이제 약 4개월째 공식인 정식 사령탑 찾기에 집중해야 한다. 대한축구협회의 시간이 돌아왔다는 뜻이다. ◆헛발질 연속이었던 사령탑 찾기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월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한 뒤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을 중심으로 전력강화위원회를 구성해 새 감독 선임 작업에 나섰다. 그러나 전력강화위는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애초 3월부터 정식 감독 체제로 축구대표팀을 운영하기로 뜻을 모았으나 비판 여론이 거세지면서 임시 사령탑 선임으로 방향을 틀었다. 황선홍 23세 이하(U-23) 대표팀 전 감독이 3월 A매치 기간 임시 지휘봉을 잡은 이유다.전력강화위의 헛발질은 계속됐다. 3월을 임시 사령탑 체제로 소화한 뒤 5월에 정식 감독을 세운다는 계획을 밝혔으나, 이마저도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당시 3월 A매치를 1승1무로 무난하게 이끈 황선홍 감독이 유력 후보로 평가됐지만, 황 감독이 이끈 U-23 대표팀이 2024 파리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충격 탈락하면서 자연스럽게 후보에서 제외됐다. 올림픽 본선 진출에 집중해도 모자랄 황 감독에게 무리하게 겸직을 맡긴 것이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이 과정에서 전력강화위의 협상력도 바닥을 드러냈다. 외국인 사령탑을 선임하겠다며 접촉했던 제시 마쉬(미국) 전 리즈 유나이티드 감독과의 협상은 끝내 결렬됐다. 마쉬 감독은 한국과 캐나다 대표팀 감독직을 저울질하다가 캐나다 축구협회와 손을 잡았다. 차기 후보로 거론됐던 헤수스 카사스 이라크 대표팀 감독, 세뇰 귀네슈 전 튀르키예 대표팀 감독과는 협상 테이블에도 앉지 못했다. 결국 전력강화위는 또 약속을 지키지 못했고, 6월 A매치 2경기를 김도훈 감독에게 임시 지휘봉을 맡겼다. ◆183일 딜레마에 빠진 한국 축구마쉬 감독과 협상이 실패로 끝난 결정적인 이유는 ‘돈’이었다. 축구계 관계자에 따르면 협회가 마쉬 감독에게 제시한 연봉은 세전 200만달러(약 27억8000만원) 안팎이지만, 마쉬 감독은 세후 200만달러를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세전과 세후 연봉을 따지는 과정에서 ‘183일 딜레마’가 발생한다. 소득세법상 외국인이 한국에 183일 이상 체류할 경우 ‘거주자’로 분류돼 최고 49.5%(지방세 포함)에 달하는 세율을 적용받는다. 하지만 외국인이 한국에 183일 미만으로 머물면 소득의 22%만 세금으로 낸다. 클린스만 전 감독이 한국 체류 기간을 최소화하려고 했던 것도 같은 이유다.실력 있는 외국인 감독은 연봉이 높다. 결국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려면 세금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국내 체류가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협회 입장에서는 클린스만 전 감독이 남긴 최악의 사례로 인해 ‘국내 체류’라는 조건을 포기하기도 힘들다.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전 감독의 경우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특수 상황 때문에 국내 체류가 가능했다. ◆제2의 클린스만이라면 국내 지도자?충남 천안에 건설 중인 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를 위해 300억원의 대출을 받은 대한축구협회의 재정은 빠듯하다. 100억원에 가까운 클린스만 전 감독과 코치진의 위약금까지 지급하느라 재정적 부담이 더해졌다. 현실적으로 마쉬 감독 이상의 이름값을 가진 외국인 감독을 데려오긴 힘든 실정이다. 게다가 월드컵 본선까지는 2년밖에 남지 않았다. ‘국내 체류’ 조건을 포기하면서까지 무리하게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는 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외국인 감독 선임만 고집하던 전력강화위가 한발 물러선 이유다. 정해성 위원장도 현재까지 추려진 12명의 최종 후보에 국내 지도자가 포함돼 있다고 밝히면서 “깊이 있는 고민을 해서 한국 축구에 가장 잘 맞는, 한국 축구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감독으로 선임하겠다”고 했다.한 축구계 관계자는 “능력 있는 외국인 감독이 한국 축구대표팀을 맡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라며 “검증되지 않은 외국인 감독을 선임할 바에는 현시점에선 검증된 국내 지도자가 더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클린스만 선임 때부터 모든 게 잘못됐다”며 “한국 축구가 잃어버린 1년 반의 시간에 대해선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
2024 한국축구과학회 국제 컨퍼런스가 오는 28일 오전 9시 20분부터 한국체육대학교 합동강의실에서 온·오프라인으로 개최된다.2011년 창립 후 축구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매년 컨퍼런스 및 워크샵 등의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한국축구과학회는 이번 2024년 컨퍼런스에서 ‘축구와 지속가능성(ESG in Football)’을 주제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함께 강연을 진행할 예정이다.총 4개 파트로 나뉘어 진행될 이번 컨퍼런스는, 한국프로축구연맹 정성 프로의 ‘Football and ESG in K-league’와 인천대학교 임새미 교수의 ‘스포츠 환경 변화와 인구감소: 우수선수 육성 위기와 대응’, 올리브크리에이티브 정의석 대표의 ‘웹3와 AI혁신을 통한 스포츠 분야의 ESG’로 구성된 첫 번째 파트 강연을 시작으로 ‘심리와 코치(Psychology & Coaching)’, ‘피지컬 트레이닝과 영양(Physical Training & Nutrition)’, ‘테크놀로지와 경기 분석(Technology & Match Analysis)’ 순서로 파트 별 강연이 진행된다.강사로는 윤영길 한국체육대학교 교수와 임송이 멘탈코칭 연구소 박사, 이정우 전남 드래곤즈 U-18팀 피지컬 코치, 조호동 시카고 파이어 FC 코치, 길주현 파워스포츠 과학연구소장 등이 각 분야 연사로 참석한다.컨퍼런스 시작 전에는 지난 6월 7일까지 대학생과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축구와 관련된 자유 주제 논문을 공모한 ‘SPIK 젊은 연구자상 (SPIK Young Investigator’s Awards)’을 당일 현장 발표 후 대상을 선정, 한국 축구의 학술 발전과 젊은 연구자들의 연구활동을 독려할 예정이다. 스피크어워드(SPIK Awards)는 축구과학 연구진흥을 위해 2019년부터 스피크 재활의학과 후원으로 제정되었다. 올해는 총 10편의 연구주제가 응모했으며, 학술위원회의 공정한 심사과정을 거친 최종 4편의 연구물이 선정되어 당일 최종 수상자를 가린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
국제축구연맹(FIFA) 입장에서는 참으로 답답한 일이다. ‘중국을 위한 꼼수’라는 지적을 받으면서도 월드컵 본선 출전국으로 48개국으로 확대했지만, 정작 중국은 기회조차 얻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중국 축구가 아시아 2차 예선부터 탈락할 위기에 처하면서다.중국은 7일 중국 선양 올림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5차전에서 태국과 졸전 끝에 1-1로 비겼다. 중국은 4만6979명 홈 팬의 일방적인 응원에도 전반 20분 만에 태국의 수파촉 사라차트에게 선제골을 내줬다. 후반 34분 장위닝의 프리킥 동점골로 겨우 패배를 면할 수 있었다. 태국전 무승부가 가져온 결과는 참담했다. 태국을 이겼다면 3차 예선 진출을 확정할 수 있었지만, 승점 1밖에 쌓지 못하면서 다음 라운드 진출 가능성이 뚝 떨어졌다. ◆월드컵 48개국 확대...중국을 위한 판FIFA는 2026년 북중미 월드컵부터 본선 출전국을 종전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확대했다. 이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 참가국을 24개국에서 32개국으로 늘린 이후 28년 만의 변화다. 이에 따라 아시아축구연맹(AFC)에 할당된 월드컵 본선 진출 티켓도 4.5장에서 8.5장으로 대폭 늘었다. FIFA가 월드컵 본선 출전국을 늘린 이유는 ‘돈’이다. 출전국이 늘어나면 더 많은 나라에 중계권을 판매할 수 있고, 경기 수가 늘어남에 따라 더 많은 광고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FIFA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FIFA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통해 예선 포함 4년 동안 75억달러(약 10조2000억원)의 수익을 냈다. 출전국이 48개국으로 늘어난 북중미 월드컵에선 사상 첫 100억달러(약 13조7000억원)의 흑자가 예상된다.FIFA가 출전국을 확대하면서 원했던 그림은 중국의 본선 진출이었다. 중국은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단 한 번도 월드컵 본선에 나서지 못했다. FIFA로서는 전 세계 인구의 6분의 1에 달하는 14억명의 소비자를 놓치고 있던 셈이다. 중국의 막대한 자본도 무시할 수 없었다. 중국은 이미 미국을 제치고 FIFA의 최대 파트너국으로 등극했다. FIFA의 공식 파트너인 중국 부동산 기업 완다그룹은 2016년부터 2030년까지 15년 동안 8억5000만달러(약 1조2000억원) 규모의 후원 계약을 맺었다. 또 다른 중국 기업인 하이센스와 비보, 멍뉴도 FIFA의 공식 후원사로 활동하고 있다. 만약 중국이 본선 무대를 밟는다면 더 많은 중국 기업의 후원도 기대할 수 있다. FIFA가 최대 물주인 중국의 본선행을 바라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韓 상대로 최소 무승부 필요한 중국FIFA가 공들여 판을 짰지만, 중국은 이번에도 월드컵에 초대받지 못할 처지다. 이번 2차 예선에선 각 조 2위까지 3차 예선에 진출할 수 있다. 중국은 태국전 무승부에도 조 2위(2승2무1패·승점8)를 유지했지만, 3위(1승2무2패·승점5) 태국에 3점 차로 쫓기는 신세가 됐다. 게다가 중국의 최종전 상대는 C조 최강국인 한국이다. 중국이 오는 11일 한국 원정에서 패하고 태국이 싱가포르에 승리하면 두 팀의 승점은 같아진다. 중국과 태국이 승점 동률을 이루면 규정에 따라 골 득실 차로 순위를 결정한다. 중국은 현재 골득실 +1, 태국은 –2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이 중국을 3골 차 이상 승리를 거둔다면 태국은 1골 차 승리만 해도 조 2위를 확정하고 3차 예선에 진출한다. 중국이 3차 예선에 진출하기 위해선 한국을 상대로 최소 무승부를 기록해야 하는데,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홈에서 열린 한국과의 맞대결에서도 손흥민에게 멀티골을 허용하며 0-3 대패를 당한 바 있다. 이미 3차 예선 진출을 확정한 한국이 중국전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도 ‘조기 탈락’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한국이 중국에 승리해야 FIFA 랭킹에서 일본(18위), 이란(20위)에 이은 아시아 3위를 유지해 3개 조로 나뉘어 치르는 3차 예선에서 일본, 이란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23위인 한국(랭킹 포인트 1563.99점)은 아시아 4순위인 호주(24위·1563.93점)에 0.06점 앞서있다.싱가포르전 7-0 대승을 이끈 김도훈 임시 감독은 “우리가 이뤄야 할 마지막 목표가 남아있다”며 “홈에서 하는 경기인 만큼, 싱가포르전 결과가 우리 팬들에게 즐거움을 줬듯이 2차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은 마음을 나와 선수단이 똑같이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