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항공(JAL)에서 최근 안전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현장 교육 부족과 직원들 간의 위계질서가 문제라는 내부 증언이 나왔다.

올해 들어 끊이지 않는 JAL 안전사고

지난 1월 하네다공항 활주로에서는 JAL 여객기와 해상보안청 항공기 간 충돌 사고가 발생했다. 해상보안청 항공기가 활주로에 진입한 상황에서 관제사와 JAL 여객기 조종사가 이를 알아채지 못하고 JAL 여객기가 착륙하면서 충돌했다. 이 사고로 JAL 여객기 탑승자 379명은 전원 무사히 탈출했으나 해상보안청 항공기 탑승자는 6명 중 5명이 사망했다.
지난 1월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발생한 충돌로 일본항공(JAL) 여객기가 불에 탄 모습이다. / 교도통신
지난 1월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발생한 충돌로 일본항공(JAL) 여객기가 불에 탄 모습이다. / 교도통신
지난달 23일에도 하네다 공항에서 이륙 활주로 진입을 위해 후진중이던 신치토세행 JAL 503편의 왼쪽 날개가 옆 주차장으로 들어가려던 다른 JAL 505편의 오른쪽 날개와 부딪혔다. JAL 503편에는 승객 약 300명이 타고 있었으나 다친 사람은 없었다. 505편은 출발 전이었으므로 승객은 탑승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유 알고보니..."상사한테 아무 말도 못 해서"

블룸버그통신은 26일(현지시간) 내부 소식통들을 인용해 이같은 사고 발생이 내부 분위기에 기인한 것이라고 전했다. 팬데믹 기간 동안 JAL에서는 30~50대 직원들이 대거 퇴사했다. 지금은 중간 관리자가 사라지고 20대 직원과 50대가 넘는 직원이 대부분이다. 신입사원들은 고참 선배들에게 현장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질문도 자유롭게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그러다 보니 조종석에서도 긴장된 분위기가 이어진다. JAL에서 기장은 대부분 50대, 부조종사는 20대에서 40대 초반이다. 연공 서열에 따른 위계질서가 뿌리 깊은 일본에서 사회초년생인 부조종사가 50대인 기장에게 우려 사항을 전달하기란 무척 어렵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실제로 상사의 실수를 알고서도 지적하지 못해 사고가 발생한 사례가 있었다. 작년 11월 JAL 항공기가 시애틀-타코마 공항의 활주로를 허가 없이 통과했다. 이후 JAL은 정부에 제출한 안전 보고서에서 "기장이 항공 교통 관제실의 지시를 잘못 이해한 것을 부조종사가 인지했음에도 기장에게 말하지 못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타치바나 무네카즈 JAL 안전·보안 담당 수석 부사장은 "다양한 압박 속에서 직원들이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못했고 이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인정했다.

관제사 과로 문제도 심각"규정 모두 무시"

항공 교통 관제사의 과로도 또 다른 원인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월 항공 교통 관제사를 포함한 일부 직종의 초과 근무를 제한하는 근무 규정을 신설했다. 이 규정에 따르면 근로자는 2시간에 10분씩 휴식을 취해야 한다.

그러나 사토 히로키 국토교통성 노동조합 부위원장은 항공 교통 관제사의 휴식 시간을 모니터링하는 프로그램에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JAL에서 이 규정이) 인력 부족으로 인해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성은 관광객 증가로 항공편도 늘어남에 따라 안전 강화를 위해 항공 교통 관제사의 수를 늘리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한편 일본 항공 산업은 코로나 이후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지난달에는 엔화 약세에 힘입어 약 304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일본을 방문했다. 팬데믹 이전 수준보다 9.6% 증가했다. 일본 정부는 2030년까지 연간 약 6000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