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A의 금성 궤도선 엔비전 / 사진=ESA
ESA의 금성 궤도선 엔비전 / 사진=ESA
금성의 고해상도 지도를 만드는 국제 프로젝트에 국내 연구팀이 참여한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이연주 기후 및 지구과학 연구단 행성대기 그룹 CI가 유럽우주국(ESA)의 금성 궤도선 '엔비전' 프로젝트의 공동 연구자로 합류했다고 26일 밝혔다.

금성은 크기, 질량, 태양으로부터 떨어진 거리 등 지구와 물리적 특성이 유사해 '쌍둥이 행성'으로 불린다. 하지만 평균 온도가 467도에 달하고 대기 구성 성분이 다르다. 비슷한 시작점을 가진 두 행성의 상황이 크게 달라진 원인을 알아낸다면 미래 지구에 닥칠 극한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엔비전은 ESA의 5번째 중간 규모의 임무이자 두번째 금성 탐사 임무로, 미 항공우주국(NASA)과 협력해 금성의 전체적인 고해상도 지도를 만드는 프로젝트다. 지난 1월 공식 임무가 시작됐다. 2031년 탐사선을 발사해 2034년 금성궤도에 안착해 관측을 시작할 계획이다.

엔비전에는 금성의 지형을 탐사하는 2개의 탑재체(SRS)와 금성 대기를 측정하는 탑재체 '벤스펙 수트'(VenSpec Suite) 등 3개의 탑재체가 실린다. 이연주 CI는 금성 대기를 측정하는 벤스펙 수트의 공동연구자로 참여해 대기 연구를 수행한다.

벤스펙 수트는 금성 구름 상층의 미량 기체들과 미확인 흡수체를 추적하는 'U', 지표에 가까운 대기를 탐사하는 'M', 밤의 구름 아래 고도나 낮의 구름 상층 대기를 관측하는 'H' 등 3개의 분광기로 구성된다. 이연주 CI는 IBS에 합류하기 전 벤스펙 수트 U 연구에 참여한 바 있다.

공동연구자는 벤스펙 수트의 관측자료에 제한 없이 접근할 수 있다. 2034년 자료가 취득되는 즉시 선제적 연구가 가능하다. 5억유로(한화 약 7400억원) 규모의 엔비전 임무에서 한국 측 분담비는 없다. 또 함께 연구를 수행하는 학생과 연구원을 협력자로 초대할 수 있어 국내 연구진이 거대 우주 임무에 참여할 기회가 될 전망이다.

이연주 CI는 "앞으로 한국이 자체적인 행성 탐사선을 보유하게 된다면 IBS 행성대기 그룹에서 경험을 쌓은 신진 연구자들이 국내 행성 탐사 임무를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