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로에서 철강 쇳물이 '콸콸'…포스코, 수소환원제철 첫발 뗐다 [르포]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포스코 포항 제철단지내 한 공장. 지름 2.8m, 높이 3m의 구체모양 설비 하단의 10㎝ 가량 작은 구멍에서 철강 쇳물이 쏟아지자 수십명의 직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이들이 이렇게 기뻐한 이유는 이 철강이 석탄으로 만든 일반적인 제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지난 4월15일 수소 100%로만 철강을 만드는 수소환원제철 기술 'HyREX' 시험설비 출선(철강 쇳물을 뽑아내는일)에 성공했다. 배진찬 포스코 HyREX추진반 상무는 "탄소중립은 더이상 철강산업의 장벽이 아니라 기회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된 순간"이라며 "'신(新)경제국보 1호'가 될 것"이라고 했다.
철강 생산과정은 크게 철광석에서 산소를 빼 순수철로 만드는 '환원'과 형태를 변화시키기 위해 액체인 쇳물로 만드는 '용융' 두 공정을 거친다. 전통적으로는 석탄을 이용하는 고로에서 환원과 용융을 동시에 진행한다. 석탄을 이용하면 막대한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반면 HyREX는 환원과 용융 설비를 분리한다. 포스코 고유 기술을 적용한, 연결된 4개의 환원로에 수소를 투입해 환원을 진행한다. 환원된 철강은 전기로 열을 발생시키는 전기용융로(ESF)를 통해 쇳물이 된다. 수소를 이용하면 이산화탄소 대신 물이 배출된다. 4개 환원로와 전기로를 결합한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 건 전세계 철강사 중 유일하다.
SSAB(스웨덴), 아르셀로미탈(다국적기업), 잘츠기터AG(독일) 등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유럽 기업들은 Shaft 기술을 사용한다. HyREX와 마찬가지로 환원로와 용융로를 분리하지만 수직 형태으 하나의 환원로만을 사용하는 기술이다. 공정 과정이 적다는 장점이 있지만 고품위의 원료만을 넣어야한다. 또 온도제어도 더 힘들다.
배 상무는 "포스코의 공정혁신으로 수소환원제철의 생산공정은 줄이고 비용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었다"며 "아직 전세계 표준이 없지만 포스코 HyREX 기술이 표준이 될 것이란 자신이 있다"고 설명했다.
취임 100일을 맞은 장인화 포스코홀딩스 회장이 "철강은 국가의 근간을 이루는 산업이기에 기술 초격차가 더욱 중요하고, 지속적인 투자로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는만큼 연구인력 및 엔지니어 등 투입 숫자를 지속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포스코는 수소를 통해 철강을 생산하여 탄소 배출량을 2040년까지 50% 감축, 2050년에는 넷제로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성공의 열쇠는 '비용'과 '전기공급'이다. 포스코에 따르면 수소환원제철 생산비는 전통적 방식으로 생산보다 30% 이상 비싸다. 아무리 탄소배출이 없다하더라도 자동차, 조선, 가전 등 거의 모든 산업의 근간이 되는 철강의 생산비가 이렇게까지 높아지면 국가적으로 감당이 불가능하다.
수소의 생산가격 하락이 필수적이라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수소환원제철 공정 과정에서 수소의 비용이 상당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수소생산기술 개발 및 신재생에너지 등을 통한 수소생산에 의해 수소가격이 낮아지는게 전제가 되야한다고 보고 있다. 회사 자체적으로는 공정 혁신과 규모의 경제 효과로 인해 평균생산비를 낮출 계획이다.
전기 공급도 우려사항이다. 포항과 광양 제철소 모두에 수소환원제철 전기로를 가동하게 된다면 지금과 비교도 안될정도의 전기수요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다만 포스코는 전기 문제에 대해서는 개별기업 차원의 해결이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는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수소환원제철과 관련한 전력 수요가 반영될 수 있도록 산업통상자원부와 협의할 계획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탄소배출 이슈는 한개 기업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통상 문제이기에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포항=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환원'과 '용융'을 나눈 포스코 고유기술
지난 24일 포스코는 지난 4월 처음 출선에 성공한 포항 제철단지내 HyREX 시험 설비를 외부에 처음 공개했다. HyREX 설비는 후공정 품질 개선 및 추가 기술 개발 등을 위해 수리중에 있었다. 공장 내부 안내를 맡은 윤영식 HyREX추진반 부장은 "첫 출선한 철강을 분석한 결과 카본 비중 등 후공정 품질이 아직 자체 기준에 못미친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라면서도 "아직 부족한 건 맞지만 당초 계획의 90% 이상은 달성한 수치라 고무적이다"라고 말했다.철강 생산과정은 크게 철광석에서 산소를 빼 순수철로 만드는 '환원'과 형태를 변화시키기 위해 액체인 쇳물로 만드는 '용융' 두 공정을 거친다. 전통적으로는 석탄을 이용하는 고로에서 환원과 용융을 동시에 진행한다. 석탄을 이용하면 막대한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반면 HyREX는 환원과 용융 설비를 분리한다. 포스코 고유 기술을 적용한, 연결된 4개의 환원로에 수소를 투입해 환원을 진행한다. 환원된 철강은 전기로 열을 발생시키는 전기용융로(ESF)를 통해 쇳물이 된다. 수소를 이용하면 이산화탄소 대신 물이 배출된다. 4개 환원로와 전기로를 결합한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 건 전세계 철강사 중 유일하다.
SSAB(스웨덴), 아르셀로미탈(다국적기업), 잘츠기터AG(독일) 등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유럽 기업들은 Shaft 기술을 사용한다. HyREX와 마찬가지로 환원로와 용융로를 분리하지만 수직 형태으 하나의 환원로만을 사용하는 기술이다. 공정 과정이 적다는 장점이 있지만 고품위의 원료만을 넣어야한다. 또 온도제어도 더 힘들다.
배 상무는 "포스코의 공정혁신으로 수소환원제철의 생산공정은 줄이고 비용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었다"며 "아직 전세계 표준이 없지만 포스코 HyREX 기술이 표준이 될 것이란 자신이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성공 열쇠는 '비용'과 '전기공급'
포스코는 내년도 현재 시험설비보다 높이, 폭 등 규모를 대폭 확대한 본설비를 착공할 계획이다. 시험 설비는 시간당 철강생산량이 1t에 불과하지만 본설비는 생산량이 크게 늘어날 예정이다. 연구와 검증을 거쳐 2030년에는 상용화에 성공할 것이란 게 포스코의 로드맵이다.취임 100일을 맞은 장인화 포스코홀딩스 회장이 "철강은 국가의 근간을 이루는 산업이기에 기술 초격차가 더욱 중요하고, 지속적인 투자로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는만큼 연구인력 및 엔지니어 등 투입 숫자를 지속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포스코는 수소를 통해 철강을 생산하여 탄소 배출량을 2040년까지 50% 감축, 2050년에는 넷제로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성공의 열쇠는 '비용'과 '전기공급'이다. 포스코에 따르면 수소환원제철 생산비는 전통적 방식으로 생산보다 30% 이상 비싸다. 아무리 탄소배출이 없다하더라도 자동차, 조선, 가전 등 거의 모든 산업의 근간이 되는 철강의 생산비가 이렇게까지 높아지면 국가적으로 감당이 불가능하다.
수소의 생산가격 하락이 필수적이라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수소환원제철 공정 과정에서 수소의 비용이 상당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수소생산기술 개발 및 신재생에너지 등을 통한 수소생산에 의해 수소가격이 낮아지는게 전제가 되야한다고 보고 있다. 회사 자체적으로는 공정 혁신과 규모의 경제 효과로 인해 평균생산비를 낮출 계획이다.
전기 공급도 우려사항이다. 포항과 광양 제철소 모두에 수소환원제철 전기로를 가동하게 된다면 지금과 비교도 안될정도의 전기수요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다만 포스코는 전기 문제에 대해서는 개별기업 차원의 해결이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는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수소환원제철과 관련한 전력 수요가 반영될 수 있도록 산업통상자원부와 협의할 계획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탄소배출 이슈는 한개 기업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통상 문제이기에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포항=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