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에 퍼진 사망자 명단...유족들 '철렁'
26일 경기 화성의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사망자 유족 대기실이 마련된 화성시 모두누림센터 앞에서 중국 동포 40대 이모 씨는 초조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중국에 있는 형수가 방금 '틱톡'(동영상 플랫폼)에서 퍼지고 있는 화재 사고 사망자 명단을 캡처해 보내줬는데 우리 5촌 조카 이름도 있더라"고 말했다.

이씨는 5촌 조카인 A(23·중국 국적) 씨가 이번 화재 사고로 사망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화성시청을 찾은 참이었다.

이씨는 "어제 우리 친형이 중국 대사관으로부터 'A씨가 이번 화재 사고 실종자 중 한 명이니 연락해보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며 "5촌 조카의 아버지도 어제 저녁 경찰서에 갔는데 사망한 게 맞는다고 했다더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씨가 전국 동포총연합회에도 연락해보니 단체에서는 "A씨가 병원에 있는 것 같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어머니는 해외에 있고, 아버지는 한국에 있어도 연락이 잘 안돼 조카가 나랑 많이 교류해왔다"며 "일단 전국동포총연합회 대답에 희망을 걸고 정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여기 와본 것"이라고 했다.

이씨가 취재진에게 보여준 '틱톡' 캡처 사진에는 사망자로 추정되는 이들의 이름, 성별, 생년월일, 국적 등이 적혀 있었다. 이씨의 형수는 이 가운데 A씨의 생년월일로 추정되는 칸에 빨간 동그라미를 그려 이씨에게 전송했다.

이씨는 "시청에 올 때까지만 해도 연락만 닿지 않을 뿐 병원 한 곳에서 치료받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방금 캡처 사진을 받고 너무 놀랐다"며 "그래도 혹시 모른다. 일단 시청에서 센터에 가 확인해보라 했으니 얼른 확답을 들어야겠다"고 했다.

지난 24일 화재 사고가 발생한 지 이틀이 지났지만, 사망자 상당수의 신원 확인 작업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 일부 유족은 연락 두절 상태인 가족의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사망자 다수가 외국인이라 가족이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연락이 닿지 않아 사망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례가 더 있을 수도 있다.

지난 24일 오전 10시 30분께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 아리셀 공장에서 난 불로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이날 오전 10시까지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는 한국인 김모(52) 씨, 중국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이모(46) 씨, 실종 상태에서 마지막으로 시신이 수습된 한국인 김모(47) 씨 등 3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사망자는 경찰청과 법무부에서 유족과 DNA 비교를 통한 신원 확인 작업 중이며, 신원이 파악되면 유족에게 알릴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박근아기자 twilight1093@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