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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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내년 영상통화 시대를 연 ‘3세대(3G) 이동통신’ 서비스가 종료된다. 3G 이용자가 급격히 줄어드는 데 따른 조치다. 쓸모가 줄어든 3G 주파수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방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3G 이용자 1%대 급감

[단독] 1%만 쓰는 폰…'영상통화 시대' 이끈 3G 막 내린다
26일 정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3G 서비스 종료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통신사가 3G 서비스를 종료하겠다고 신청서를 내면 본격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3G 휴대폰 회선은 지난 4월 기준으로 63만2701개다. 전체 통신서비스 회선(5675만4897개)의 1.11%에 해당한다. 1년 전(240만7090개)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2018년 말 954만9356개에 달한 3G 회선은 2020년 말 560만4557개, 2022년 말 266만4193개 등 해마다 큰 폭으로 줄고 있다. 차세대 통신 기술로 4G(LTE), 5G 전용 휴대폰 보급이 확산하면서 나타난 변화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용자가 거의 없는 주파수 대역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며 “주파수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정부와 업계는 3G 서비스를 종료하고 가장 대중적인 통신 기술인 5G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5G는 사업 초기부터 속도 등 품질 논란이 거셌던 점을 감안해 지속적인 고도화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3G 서비스 종료 시점은 이르면 내년, 늦어도 2026년 상반기로 관측된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기존 3G 이용자를 4G나 5G로 전환하는 데 걸리는 시간 등을 감안한 것이다. 서비스 종료는 해당 주파수를 할당받아 이용 중인 통신사들이 과기정통부에 ‘3G 종료 신청서’를 제출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전기통신사업법상 과기정통부 장관의 승인을 얻고, 서비스 종료 예정일 60일 이전에 이용자에게 고지해야 한다.

○영상통화 시대…상징적 기술

3G 서비스는 1G 아날로그 통신과 2G 디지털 통신 시대를 거쳐 2000년에 시작됐다. 3G는 음성 외의 데이터인 멀티미디어 콘텐츠, 영상 통화 등을 모두 전송할 수 있도록 데이터 전송에 초점을 맞춘 기술이다. 음성을 디지털 신호로 바꿔 음성 데이터로 보내는 방식이던 1G나 2G와 확연히 구분됐다.

3G 도입으로 영상과 음성을 동시에 주고받는 ‘영상통화’ 시대가 본격화됐다. 이후 2007년 유럽식 3G 기술인 광대역부호분할다중접속(WCDMA)이 도입되면서 ‘데이터 이동통신 시대’가 활짝 열렸다.

업계에선 환영하는 분위기다. SK텔레콤이나 KT엔 3G가 ‘계륵’ 같은 존재였다. 3G 가입자는 줄어드는데, 3G망 유지 및 보수에 드는 관리 비용과 전력 소비량, 운영비가 늘 부담으로 작용했다. 3G 주파수 대역을 조기에 반납하고 5G 주파수로 재할당받는 게 사업적 측면에선 ‘최상의 시나리오’로 꼽혔다.

SK텔레콤과 KT가 할당받은 3G 주파수 이용 기한은 2026년까지다. 통신 3사 중 LG유플러스는 3G 주파수를 할당받은 적이 없다. 이 회사는 3G가 유행일 때도 2G를 업그레이드하는 방식을 유지하다가, 3G를 건너뛰고 4G로 갔다.

3G를 고수해 온 이용자들은 서비스 폐지에 반대하고 있다. 4G, 5G로 바꾸면 통신 요금이 비싸지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의 3G 요금제는 2만900원(음성통화 75분)으로 5G 최저 요금제(다이렉트 요금제 제외) 3만9000원의 절반 수준이다. 3G 이용자가 만 65세 이상인 경우 월 9900원짜리 요금제도 쓸 수 있다. 3G 이용자의 대부분은 데이터 소비를 거의 하지 않는 노년층이라는 게 통신사들의 설명이다.

글로벌 통신업계 차원에서 보면 한국은 3G 서비스 종료 시기가 늦은 편이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 국가에선 2021~2022년 3G 서비스를 접었다. 미국 최대 통신사 버라이즌은 2022년 12월을 끝으로 3G 서비스를 없앴다. 2022년엔 미국 AT&T, 독일 도이치텔레콤, 일본 KDDI 등이 줄줄이 3G 서비스를 접었다. 올 들어선 영국 보다폰, EE, 쓰리, 일본 소프트뱅크, 싱가포르 싱텔 등이 종료 대열에 합류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