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삭 길고양이까지 중성화...지원금이 목적"
청주의 일부 동물병원이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 사업 지원금을 받기 위해 임신한 고양이들까지 무분별하게 잡아 수술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길고양이 중성화사업이 진행된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청주시와 위탁계약을 맺은 동물병원 6곳 중 3곳이 수술을 실시한 암컷 길고양이 318마리 중 73마리(23%)가 임신 중기이거나 만삭이었다고 26일 한국유기동물복지협회(이하 동물협회)가 주장했다.

동물협회는 병원이 수술받은 길고양이의 모습과 함께 적출된 자궁의 사진을 촬영해 올리는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에서 사진을 확인해 이같은 결과를 자체 집계했다. 실제 해당 포털에 올라온 사진을 보면 일반적인 고양이의 자궁이 작은 '끈' 형태인 것과 달리 일부 고양이의 자궁은 확연히 부푼 모습이다.

현행법은 임신한 길고양이에 대한 중성화 수술을 금지하고 있다. 새끼가 죽는 것도 문제지만 혈관이 확장돼 있는 탓에 수술 과정에서 과다 출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주시는 암컷 1마리당 22만원의 중성화수술비를 동물병원에 지급한다. 단체는 동물병원이 지원금을 받기 위해 무분별하게 길고양이를 포획해 중성화수술을 진행했다고 주장한다.

문제가 불거지자 해당 동물병원 수의사는 "길고양이의 경우 저항이 거센 탓에 마취 전에는 임신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고, 살이 찐 고양이의 경우엔 더욱 분간이 어렵다"며 "정부도 마취제 투여 후 임신 사실을 알게 됐을 때는 안전하게 수술을 진행하라고 권고한다. 새끼가 사산되면서 어미의 생명까지 해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수의학계에서는 임신 중기 이상의 길고양이는 배만 유독 나와 있어 웬만큼 경험이 있는 수의사라면 임신 사실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동물협회의 집계 결과 실제 다른 위탁 동물병원 3곳이 같은 기간 임신 중기 이상의 길고양이에 대해 수술을 실시한 비율은 4.4%(224곳 중 10곳)에 불과했다.

동물협회 측은 "새끼는 물론이고 어미까지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수술을 진행한 것은 명백한 동물보호법상 학대 행위"라며 "이들 병원을 모두 경찰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주시는 이들 병원과 하반기에는 위탁 계약을 맺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박근아기자 twilight1093@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