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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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차별화를 선언한 것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민주당이 긴장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우상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한 전 위원장이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하면서 (해병대원) 특검법 수용,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제2부속실을 설치하겠다는 두 가지 확실한 차별화를 했다"며 "이건 대통령 출마 선언이다. 원래 '한나땡(한동훈이 나오면 땡큐)'이었는데 윤 대통령과 차별화를 하면서 당 대표가 된다면 민주당의 다음 대선에 위협적"이라고 밝혔다.

우 전 의원은 "원래는 한 전 위원장이 여유 있게 이길 거라고 봤는데 저렇게 차별화를 하면 국민의힘 당원과 지지자들이 고민할 거 아니냐"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전 위원장을 당 대표 시켜주면 윤 대통령과는 차별화가 되는 거고 용산은 싫어하겠지만 저희(민주당)로서는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총선에서 한 전 위원장이 윤 대통령과 차별화하지 않아서 86심판론,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 같은 황당한 소리를 하면서 선거에서 지지 않았나. 윤 대통령과 차별화하지 않고 윤 대통령과 일체화된 국민의힘 대표라면 이미 심판받았는데 민주당이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며 "그런데 만약 이미지 변신에 성공하면 골치 아파진다. 그래서 좀 주목할 만한 대목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누구보다 신뢰하는 동생인데 '대통령 꿈이 생기니까 이렇게 나오는구나'라는 배신감이 있을 것"이라면서 "대통령이 되겠다는 생각이 아니고서야 저 차별화를 할 이유가 없다. (대통령실 개입 가능성이) 더 커진다. 이제는 가장 유력한 당권 후보가 반윤(반(反)윤석열)을 떠난 절윤(絶(끊을 절)+윤석열)이라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한 전 위원장이 다시 부상하면서 여권 내 대권 잠룡들 사이에서도 견제구가 나오는 듯한 기류가 감지된다. 나경원·윤상현·원희룡 등 다른 당권 주자들과는 만난 홍준표 대구시장은 한 전 위원장과의 만남은 두 차례나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총선 패배 책임지고 원내대표 (경선에) 나오지 말라고 소리 높여 외친 게 엊그제 같은데, 그런 사람들이 총선 패배 주범에게 줄 서는 행태들은 참 가관"이라고 한 전 위원장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홍 시장의 최근 한 전 위원장을 향한 날 선 반응이 한 전 위원장이 당 대표를 거쳐 대권주자로 부상할 가능성을 경계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 전 위원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당권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날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 의뢰로 지난 22~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006명에게 국민의힘 차기 대표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한 전 위원장은 32.2%를 기록하며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11.1%), 나경원 의원(10.4%), 윤상현 의원(6.0%)을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 밖에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과 '원팀'을 강조한 원 전 장관과 '동행'을 내세운 나 의원과는 거의 3배 넘는 차이다. 그만큼 여당 당권 여론조사에서는 대통령실에 부정적 여론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출처=조원씨앤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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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전 위원장은 모든 세부 지표에서 1위를 기록했다. 국민의힘 지지층으로 좁히면 63.0%가 한 전 위원장을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원 전 장관(18.1%), 나 의원(8.3%), 윤 의원(3.1%) 순이다. 이번 여당 대표는 당원 80%, 민심 20%를 반영해 선출되는 만큼, 여론 조사상으로는 한 전 위원장이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기사에 언급된 여론조사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