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창극단의 창작극 <리어>가 10월 3일부터 나흘간 유럽 최대 규모의 공연예술센터인 영국 런던 바비칸 센터(Barbican Center) 무대에 오른다. 작품의 근간은 영국의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비극 <리어왕>. 셰익스피어 원작에 판소리를 담은 한국의 창극이 셰익스피어의 본고장으로 입성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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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극 <리어>는 2022년 한국 초연에서 서양의 고전을 우리 말과 소리로 참신하게 재창조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영국 바비칸 센터는 이 점에 주목해 올해 시즌 레퍼토리 작품으로 초청했다. 바비칸 센터 홈페이지에도 '연극·무용 가을/겨울 시즌작(Teatre & Dance Autumn/Winter)'으로 <리어>를 가장 먼저 게시해 관심을 유도 하고 있다.
바비칸 씨어터 / 사진출처. Visit London 홈페이지
바비칸 씨어터 / 사진출처. Visit London 홈페이지
바비칸 센터 내부 모습 / 사진출처. 트립어드바이저
바비칸 센터 내부 모습 / 사진출처. 트립어드바이저
유럽 최대 규모의 공연예술센터를 자랑하는 바비칸 센터는 런던 금융가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후 폐허가 됐던 런던 바비칸 지역을 재건하기 위해 복합예술공간을 표방하며 지어진 곳이다. 1971년 첫삽을 떴고 1982년 문을 열었다. 이곳은 공연장과 전시, 영화, 도서관, 학교, 주거 공간까지 아우르고 있으며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상주한다. 우리나라의 전통 판소리로 각색된 <리어>가 셰익스피어의 본고장에서, 런던의 핵심 공연장에서 초청으로 이뤄진다는 점은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리어왕 恨 담은 판소리, 셰익스피어의 나라 영국서 울려퍼진다
리어왕 恨 담은 판소리, 셰익스피어의 나라 영국서 울려퍼진다
국립창극단의 <리어>는 시간이란 물살에 휩쓸리지 않으려는 인간의 욕망, 어리석음을 2막 20장(180분)에 걸쳐 그려낸 작품이다. 삶의 비극과 인간 본성에 대한 원작의 통찰을 노자의 사상과 연결지은 것이 특징이다. '천지불인(세상은 어질지 않다)'는 노자의 말에 힌트를 얻은 작가와 연출가들은 노자가 깨달음을 얻은 물상인 '물(水)'을 작품 곳곳에 연출해냈다. 배우들은 물을 헤치며 걷거나 뛰고 넘어져 허우적거리며 인간의 우매함을 보여준다. 극 후반부 왕국을 놓고 벌어지는 전투도 수상에서 이뤄진다. 이밖에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은 영화 <기생충>,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음악을 맡았던 정재일 감독이 작품의 음악을 작곡한 점도 눈길을 끈다.
리어왕 恨 담은 판소리, 셰익스피어의 나라 영국서 울려퍼진다
▶▶▶[관련 인터뷰] 창극 '리어' 주연 김준수 "2년전 보여주지 못한 새로운 연기 선보일 것"

국립창극단의 간판스타 소리꾼 김준수, 유태평양은 각각 리어왕과 신하 글로스터 백작 역을 맡았다. 30대임에도 불구하고 두 배우 모두 노인 역할을 소화해 농익은 창과 깊은 연기로 분노와 회환, 원망과 자책으로 무너지는 인간의 비극을 또 한번 보여줄 예정이다.
이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