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이 해외주식형 ETF를 집중 매수하는 사이 국내주식형 ETF가 수익률 상위 ‘톱10’을 휩쓴 것으로 나타났다. 엔비디아 등 미국 기술주 주가가 주춤한 가운데 국내 수출주·실적개선주 등이 급등한 영향이다.

개미들 외면에도…국내 ETF 수익률 '톱10' 휩쓸어
26일 ETF체크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상장된 주식형 ETF 중 최근 3개월 동안 가장 수익률이 좋은 상품은 ‘TIGER 화장품’이었다. 이 기간 수익률이 50.15%에 달했다. CJ제일제당, 삼약식품 등을 담은 ‘HANARO Fn K-푸드’가 수익률 36.25%로 2위를 기록했다. 화장품주와 음식료주가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수출이 급증한 데 따른 수혜를 봤다.

인공지능(AI) 테마 관련 ETF도 수익률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원자력발전 및 전력기기 테마 ETF인 ‘HANARO 원자력iSelect’ ‘ACE 원자력테마딥서치’ 등은 3개월간 각각 30.33%, 25.77% 상승했다. AI 데이터센터가 막대한 양의 전력을 필요로 하다 보니 발전 효율이 높은 원전이 핵심 에너지원으로 부각된 영향이다. 엔비디아 등 미국 반도체주를 담은 ‘KODEX 미국반도체MV’는 3개월간 20.47%로 톱10 순위권에서 밀려났다.

이같이 국내 주식형 ETF가 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지만 개인투자자들은 국내 증시를 외면하고 있다. 개인투자자가 올 들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주식형 ETF 상위 10개 모두 미국 주식형 상품이다. 올 들어 국내 증시에 상장한 ETF 중 해외주식형 ETF에는 8조3956억원이 순유입됐지만, 국내주식형 ETF에는 4330억원이 들어오는 데 그쳤다. 이마저도 대부분이 ‘KODEX 200선물인버스2X’(3841억원) 등 국내 증시 하락에 베팅하는 상품에 유입된 금액이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등 대형주 약세로 국내 증시가 부진하지만 수출·실적개선주를 중심으로 오히려 기회를 찾기 좋은 시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고환율 환경이 이어지는 것도 수출주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삼성전자 주가가 주춤하면서 코스피지수는 크게 오르지 못하고 있지만 기업 이익이 급증하는 개별주에 자금이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