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항전이 치열한 반도체산업 지원을 ‘대기업 특혜’라며 발목 잡던 더불어민주당이 여당보다 더 센 지원을 약속하고 나섰다. 김태년 의원이 “반도체는 그 중요성이 남다르다”며 다음주 초 획기적인 지원 법안 발의를 예고했다. 김 의원은 최근까지도 “초대기업 세금 깎아주는 게 정상적인 정책인가”라며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조를 맹비난했다. 하지만 반도체지원법 발의를 알리면서는 “반도체 지원을 대기업 특혜라는 시각으로 봐선 안 된다”고 했다. 꽤나 반가운 반전 멘트다. 때마침 정부도 ‘18조원+α’의 반도체 금융지원 프로그램 가동을 선언해 뒤처진 국가대항전 역전의 서광이 비치는 모양새다.

야당의 반도체지원법안은 삼성전자 최고경영자 출신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 안과 기본 틀에서 큰 차이가 없을 만큼 조목조목 핵심을 짚어냈다. ‘보조금 지원’이 빠졌지만 지원 강도는 더 세다. 세액공제 기간과 시설투자세액 공제율은 각각 10년, 35%로 여당 안의 6년, 25%보다 더 높다. 기금 조성과 특별회계를 통한 정책금융 지원액도 100조원으로 꽤나 파격적이다. 반도체 생산시설에 필수인 전력·용수 공급을 ‘정부 책임’으로 명시한 점도 시의적절한 처방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잦은 말 바꾸기 전력에 신경이 쓰이는 것도 사실이다. 민주당은 2019년에도 반도체특위를 가동하고 지금과 유사한 반도체법 지원을 발표했지만 유야무야됐다. 정부·여당이 21대 국회 막판까지 시도한 조세특례제한법(K칩스법) 일몰 연장, 국가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 통과도 외면했다. 그 결과 우리 반도체 기업의 순이익 대비 법인세 부담률(26.9%)은 대만(12.1%) 미국(13.0%) 일본(22.3%) 등 경쟁국의 두세 배에 달한다.

민주당의 조변석개는 종부세·상속세를 둘러싼 최근 행보에서도 재연됐다. 지도부가 앞장서서 감면을 외치더니 불과 1~2주 만에 없던 일로 치부하고 말았다. 국가 미래가 걸린 반도체전만큼은 당리당략보다 경제와 민생을 챙기는 모습을 기대한다. 나아가 유통법 개정안, 인공지능(AI) 기본법, 고준위방사성폐기물 특별법 등 다수당의 낙점을 애타게 기다리는 무수한 경제·민생법안으로도 눈을 돌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