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5개국 중심의 신흥 경제국 연합체 브릭스(BRICS)가 신규 가입을 원하는 국가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이달 들어 태국과 말레이시아가 가입을 타진했고, 유럽연합(EU) 가입 협상에 어려움을 겪는 튀르키예도 브릭스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다만 이런 움직임은 중국과 러시아의 반서방 행보에 대한 지지라기보다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는 등거리 외교 전략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튀르키예 가입 열어놓은 브릭스

UAE·사우디도 "끼워줘요"…브릭스 합류희망 40국 줄섰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24일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무장관은 하베르튀르크TV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브릭스 국가와 관계를 맺고 협상하고 있으며, (협상이) 진척되고 있다”고 밝혔다.

튀르키예의 브릭스 가입 가능성은 2018년부터 제기됐다. 당시 튀르키예는 시리아 전쟁을 두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충돌했고, 국내 인권 문제로 EU 가입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남아공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 참석해 브릭스 가입을 요청했다. 그러나 브릭스가 ‘신규 회원국을 받지 않는다’고 해 당시에는 진척이 없었다.

그러나 6년 만에 상황이 달라졌다. 브릭스 주축국들의 입장이 전향적으로 바뀌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달 11일 모스크바에서 피단 장관을 만나 “우리는 브릭스 가입에 대한 튀르키예의 관심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왕이 중국 외교부 장관은 3일 “중국은 국제 무대에서 ‘힘의 정치’에 대응하기 위해 튀르키예와 전략적 연대를 강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역시 14일 에르도안 대통령을 만나 “튀르키예의 브릭스 가입 목표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튀르키예만이 아니다. 동남아 맹주인 태국과 말레이시아도 브릭스 가입 의사가 있다며 구애하고 있다. 니코른데 발란쿠라 태국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브릭스 가입 신청 서한을 공식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르면 (10월) 러시아에서 열리는 정상회의에서 회원국으로 받아들여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 역시 16일 공개된 중국 관영 관찰자망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브릭스에 가입하기로) 결정했고 곧 공식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했다.

○UAE·사우디도 가입 신청

브릭스는 2006년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4개국을 중심으로 설립된 신흥 경제국 연합체다. 2010년 남아공이 합류하며 BRIC에서 BRICS로 이름을 바꿨다.

브릭스는 미국이 주도하는 G7(주요 7개국)과 NATO에 대응하는 반서방 세력으로 평가받지만, 최근 양상은 좀 다르다. 브릭스 가입 자체를 목표로 하기보다 브릭스 멤버십을 ‘줄타기 외교’ 전략의 일환으로 활용하려는 국가들이 잇달아 가입 신청을 내고 있다.

지난해 8월 브릭스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르헨티나 에티오피아 이란 이집트 아랍에미리트(UAE) 6개국을 신규 회원국으로 승인했다. 이 가운데 UAE는 1971년 독립 이후 미국과 가장 먼저 외교 관계를 맺은 중동 내 대표적인 친미 국가지만 브릭스에 가입했다. 1930년대 미국과 외교 관계를 수립한 후 중동 내 미국의 최대 우방국으로 꼽히는 사우디는 올 1월 브릭스 가입을 발표했다가 보름 만에 “검토 중이다”고 번복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해 12월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취임하며 가입을 철회했다. 이런 해프닝에도 가입 희망국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파키스탄 스리랑카 베네수엘라 등 40여 개국이 브릭스 가입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달러 중심의 국제 금융시스템을 극복하려는 움직임도 브릭스가 확대되는 주요 원인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브릭스 회원국들은 지난해 정상회의에서 세계은행(WB)이나 국제통화기금(IMF)을 대체할 자체 개발 은행을 설립하고 세계 무역 시장에서 달러화 사용을 줄이기로 의견을 모았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