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출연연구기관이 필요한 인력의 숫자, 처우 등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게 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이 같은 방안을 의결했다고 26일 밝혔다. 지난 1월 출연연의 공공기관 지정 해제에 따른 후속 조치다. 당시 정부는 과학기술분야 출연연을 공공기관에서 제외했다.

이에 따라 25개 출연연 중 국가과학기술연구회,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등 22곳이 기획재정부가 주도하는 일률적 인건비 및 정원 규제에서 벗어나 연구개발(R&D)에서 자율성을 부여받았다.

인력 운용에 숨통이 트이는 것이 가장 눈에 띈다. 필요한 사람을 제때 충원할 수 있도록 자체적으로 정원을 정하게 했다. 재원 조달 적정성 검토 등 최소한의 요건만 지키면 된다. 바쁠 시기에만 고용하는 기간제 직원 채용 절차도 간소화하기로 했다.

인건비 기준도 완화된다. 정부가 인건비 기준을 낮게 정한 탓에 우수 인력 유치가 어렵다는 의견을 수용한 것이다. 출연연은 연초에 정한 인건비 집행계획을 연중에 변경할 수 있게 된다. 외부에 기술을 제공하고 얻은 이익을 인건비로 집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예산 측면에서도 기관장의 재량이 늘어난다. 출연연 기관장이 출연금으로 수행하는 연구 사업의 세부 과제 예산 조정 권한을 갖게 된다. 빡빡한 규정 탓에 프로젝트가 표류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국가과학기술연구실(NSTL)이 설립되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NSTL은 특정 연구 주제에서 여러 기관이 협력하는 체계를 마련하는 일을 담당한다.

과기정통부 측은 “과거엔 디지털 이동통신 기술을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전담해 개발했지만 지금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등 다양한 기관이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며 “프로젝트에 꼭 필요한 기관들을 매칭하는 기구가 필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출연연 간 공동 출입증 도입, 연구자 정기모임 지원 등 소통·협력 강화를 위한 지원이 이뤄진다.

과기정통부는 출연연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대신 격년 단위로 실태를 점검하기로 했다. 국내외 석학들에게 의견을 구하는 방식으로 출연연이 임무에 걸맞은 연구를 하는지, 다른 기관과 제대로 협력하는지 등을 들여다볼 계획이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번이 R&D 생태계를 선도형으로 전환하고 대한민국 출연연이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기관으로 발돋움할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