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中企 옴부즈만 실종 사태
서울 세종대로에 있는 광화문빌딩 19층. 이곳에 자리 잡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서울 집무실 맞은편에는 1년 가까이 주인 없이 비어 있는 사무실이 있다. 차관급인 중소기업 옴부즈만을 위해 마련된 공간이다. 4·5대 중기 옴부즈만이던 박주봉 인천상공회의소 회장이 5년6개월의 활동을 마치고 지난해 8월 중도 퇴임한 뒤 후임자 선정이 늦어지며 먼지만 쌓이고 있다.

후임자 선정 1년 미뤄져

중기 옴부즈만은 중기부 장관의 추천과 규제개혁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무총리가 위촉하는 차관급 인사(임기 3년)다. 중소기업기본법 제22조에 근거해 2009년 출범했다. 그동안 옴부즈만 수장은 민간 부문의 중소·벤처기업 전문가가 임명돼 왔다. 중소·중견기업 관련 불합리한 제도 발굴 및 개선과 애로 해소, 적극 행정 면책 건의 등의 규제 개선 업무를 총괄한다.

전국 산업현장을 돌며 지역 중소기업의 고충을 듣고 규제 혁파와 관련해 민관의 가교 역할을 담당한다. 30여 명의 지원 조직(옴부즈만 지원단)도 갖췄다. 6대 옴부즈만 선정이 미뤄지면서 총리실에서 파견 나온 옴부즈만 지원단장(국장급)이 직무대행 중이다.

지난해 중기 옴부즈만이 현장 활동을 통해 발굴한 규제 및 애로 사항은 165건이다. 2009년 중기 옴부즈만 제도 도입 후 개선한 규제는 총 1만여 건에 달한다. 현실과 동떨어져 영세 중소기업·소상공인의 발목을 잡고 있던 규제가 대부분이다. ‘생맥주 배달 합법화’가 대표적 성과 중 하나다. 생맥주를 페트병 등에 나눠 담는 행위는 주류 가공·조작에 해당해 치킨집 등에서 생맥주를 배달할 수 없었지만 옴부즈만 건의로 합법화됐다.

중기 옴부즈만 선정을 책임지는 중기부와 국무조정실은 핑퐁식 떠넘기기 중이다. 중기부는 “총리실의 명확한 지침이 없다”고 하고, 국무조정실은 “중기부 추천 명단을 못 받았다”고 한다. 밑바닥 규제 민심을 훑는 중기 옴부즈만은 규제 부처뿐 아니라 모든 중앙부처에 껄끄러운 존재일 수밖에 없다. ‘기업 호민관’을 자처한 초대 중기 옴부즈만 고(故) 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은 중도 사퇴하며 “로마시대 호민관들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대부분 순교하거나 암살당했다”고 불편한 속내를 토로하기도 했다.

규제 혁파 '초심' 잃지 말아야

흔히 손톱 밑 가시라고 불리는 고질적 규제는 복수의 정부 부처 정책과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마련이다. 규제 개선이란 이름하에 새 규제가 덧대지고, 각 부처는 책임 회피 명분을 얻는다. 혹 복잡한 실타래가 풀어지면 그 성과의 공(功)을 다른 부처나 조직에 뺏기지 않을까 전전긍긍한다. 그게 규제의 속성이고, 정부 부처의 타성이다. 차관급 독립기관인 중기 옴부즈만을 도입한 건 이렇게 틀에 박힌 듯한 규제 악순환을 깨보자는 취지였다.

윤석열 정부는 핵심 국정 아젠다 중 하나로 규제 혁파를 내걸었다. 그러나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11월 중소 제조업체 300곳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정부의 규제개혁 노력을 체감하지 못한다’는 응답이 65.3%나 됐다. 그 이유를 곰곰이 곱씹어볼 때다. 규제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정부가 중기 옴부즈만 자리를 1년 가까이 비워 놓고 있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