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은 안 된다' 협공 나선 羅·元·尹
다음달 23일 새 당 대표를 선출하는 국민의힘이 26일부터 공식 선거전에 들어갔다. 출마 선언 이전부터 대세론을 일으킨 한동훈 후보를 겨냥해 다른 후보들은 물론 당내 인사들도 일제히 견제에 나섰다.

이날 대구시청을 방문한 원희룡 후보를 만난 홍준표 대구시장은 “(한 후보가) 지난 25일 오겠다고 했는데 거절했다”며 “27일에도 온다고 하는데 그날도 오지 말라고 했다. 만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반면 원 후보를 향해서는 “원 전 장관 같은 사람이 당을 맡을 때가 됐다”며 “만약 이번 전당대회가 잘못되면 윤석열 정권에는 파탄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홍 시장은 당내 주요 인사 중 가장 긴밀하게 윤석열 대통령과 소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조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인 권성동 의원도 한 후보를 겨냥했다. 그는 이날 SNS에 “국민의힘 당규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규정’ 제34조는 현역 국회의원 및 당협위원장의 타 후보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다”며 “(의원들이) 보좌진을 파견하는 행위는 대외적으로 지지 선언과 같은 효과고, 실질적으로 선거운동과 같다”고 비판했다. 의원 보좌진 등 한 후보 캠프의 면면이 공개된 직후다. 여권 관계자는 “역대 전당대회마다 의원들이 보좌진을 파견해 지지 당권주자를 도왔다”며 “한 후보 대세론이 불편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당 선거관리위원회는 27일 회의를 열어 당헌·당규 위반 여부를 살필 예정이다.

이 같은 당내 견제는 한 후보의 당 대표 선출 시 ‘윤·한(윤석열·한동훈)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23일 출마선언을 통해 한 후보가 ‘해병대원 특검법’ 발의 의사를 밝힌 것도 영향을 줬다. 여당 내 최대 조직력을 갖췄으며 친윤 성향이 강한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도 25일 정기세미나를 열며 한 후보를 빼고 다른 세 후보만 초청했다.

‘반한(反韓) 연대’도 본격화하고 있다. 26일 원 후보는 나경원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무엇이든 열려 있다”며 “홍 시장께서도 나 후보와 서로 척지지 말고 방향, 생각, 정치 경험 등 공통된 부분이 많으니 힘을 합쳐서 가라고 했다”고 말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벌써 원 후보와 나 후보의 단일화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상현 후보는 이날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한 후보와) 윤 대통령과의 관계는 끝났다. 단절했다는 의미”라고 잘라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한 후보는 이날 사흘째 국회를 돌며 당내 기반 강화에 나섰다. 당 바깥의 지지세에 비해 당내 기반이 취약하다는 평가를 의식한 행보다. 당 사무처 직원들과 인사를 나눴으며 대구·경북(TK) 국회의원 보좌진 모임에도 참석했다. ‘당권 주자들의 반한 행보를 어떻게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정치인의 친소 관계가 계파의 기준이 되는 것은 참 후지다”며 “누구랑 친하다, 아니다가 국민에게 뭐가 중요한가. 뜻을 같이하는 훌륭한 분들과 정치를 하고 싶다”고 답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