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의 HyREX(하이렉스) 기술이 수소환원제철의 표준이 될 것으로 자신합니다.” 지난 24일 포항 제철단지 내 하이렉스 시험설비 앞에서 설명에 나선 배진찬 하이렉스추진반 상무는 “철강업계의 탄소중립은 무역장벽이 아니라 기회”라며 “포스코 하이렉스가 ‘신(新)경제국보 1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가 하이렉스 시험 설비를 외부에 처음으로 공개했다. 지름 2.8m, 높이 3m의 구형(球形) 설비에서 첫 쇳물이 나온 건 4월이었다. 철광석에서 산소를 제거해 순수철을 만드는 데 석탄이 아니라 수소를 활용한 국내 첫 사례다. 포스코는 2050년 100% 수소환원철 생산을 목표로 올해 본격적인 ‘대장정’을 시작했다.

○“수소로 만든 쇳물 쏟아져”

'수소 쇳물' 콸콸…포스코 "표준기술 만들 것"
포스코가 이날 공개한 하이렉스 공법은 환원로 4개를 활용해 순수철을 제조하고, 이를 전기로 열을 발생시키는 전기용융로로 보내 쇳물을 만든다. 수소가 투입되는 환원로를 4개 사용하고, 환원과 용융 공정을 분리한 것이 핵심이다. 배 상무는 “유럽 등 글로벌 철강사들은 수소환원철을 만들 때 환원로를 한 개만 쓴다”고 설명했다. 수소 환원 과정에서 내부 온도가 떨어지는 흡열 작용이 발생하는데, 4개 환원로를 활용하면 철광석을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열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

글로벌 철강업계는 탈탄소 이행에 사활을 걸고 있다.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전통적 고로 방식에서 벗어나 최종적으로 수소환원제철로만 철강재를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고로와 수소환원철의 중간을 잇는 연결 기술로 고철을 전기로 녹이는 전기로 방식이 있긴 하지만 이 역시 생산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탄소 제로’ 경쟁 치열한 철강업계

속도 측면에선 포스코는 후발 주자에 속한다. SSAB(스웨덴)는 이미 2020년 파일럿 시설을 마련하고, 이듬해 수소환원 방식으로 생산한 철강제품을 여러 기업에 시범 공급했다. 아르셀로미탈(다국적기업), 잘츠기터AG(독일), 닛폰스틸(일본) 등도 2050년 탄소 제로를 목표로 연구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포스코는 내년도에 현 시험 설비보다 높이와 폭, 생산량 등을 확대한 본 설비를 착공할 계획이다. 시험 설비는 시간당 철강 생산량이 1t에 불과하지만 본 설비는 생산량이 대폭 늘어날 예정이다. 연구와 검증을 거쳐 2030년에는 상용화에 성공할 것이란 게 포스코의 로드맵이다. 속도가 늦더라도 제대로 만들자는 게 포스코의 전략이다. 배 상무는 “유럽 철강사들은 수직으로 세워져 있는 하나의 환원로만 사용하기 때문에 온도 제어가 힘들고, 고품위 원료만 넣어야 한다”며 “향후 상용화가 본격화되면 포스코 기술이 더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많다. 포스코, 현대제철이 수소환원제철로 100% 전환하려면 약 50조원(철강협회 추산)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소 가격이 합리적 수준으로 떨어지기만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탄소 제로를 달성하려면 수소를 생산하기 위한 전력도 그린 에너지로 만들어져야 한다. 포스코는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수소환원제철과 관련한 전력 수요가 반영될 수 있도록 산업통상자원부와 협의할 방침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스웨덴만 해도 수력 등 재생에너지 자원이 워낙 풍부해 전체 에너지 구성에서 화석연료 비중이 1% 남짓에 불과하다”며 “부지 확보에도 어려움이 예상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포항=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