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 4500원' 이 가격 실화냐…"완전 거저 먹는 셈"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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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 상권 삼겹살집은 '작장인 회식' 명소로
곱빼기도 5500원…'물가 역행' 짜장면까지
매년 증가하는 착한업소…"고물가 시대상 반영"
![서울 종로구의 한 착한업소 식당에서 판매 중인 4500원짜리 짜장면 / 사진=성진우 기자](https://img.hankyung.com/photo/202406/01.37172231.1.jpg)
26일 늦은 점심시간께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착한가격 업소' 중국집에서 만난 한 노인은 자리에 앉은 지 15분도 안 돼 짜장면 한 그릇을 비우며 이같이 말했다. 이곳 짜장면 가격은 한 그릇에 4500원. 식당의 주된 손님은 인근 탑골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노인들이다. 그는 "보통 이 동네에서 주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이 중국집을 자주 찾는다"며 "몇천원 더 아껴서 뭐 하겠냐고 하지만, 벌이 없고, 배고픈 노인들한텐 결코 작지 않은 돈"이라고 말했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도 있지만, 착한가격 업소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면서도, 위생과 서비스가 결코 다른 업소에 뒤지지 않는다.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주머니가 얇아진 소비자들이 착한가격 업소에 몰리는 이유다.
이날 볶음밥(6000원)에 막걸리(3000원)를 곁들이고 있던 손님 김모(68) 씨도 "지인들과 들려 군만두에 막걸리 네 병을 먹어도 2만원이 채 들지 않는다"며 "점심이고 저녁이고 이곳에서 보통 식사를 해결한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의 한 착한업소 식당 메뉴판 / 사진=성진우 기자](https://img.hankyung.com/photo/202406/01.37166396.1.jpg)
다만 이 가게도 고물가 여파를 비껴가지는 못했다. 짜장면 가격을 2022년에 1000원 인상한 것에 이어 작년에도 500원을 인상한 것이다. 점주는 "3년 전까진 짜장면을 3000원에 팔았는데 도저히 그 가격으론 버틸 수가 없더라"며 "이곳 상권이 가격을 함부로 올리기 어렵다. 오죽하면 송해길 식당의 최대 경쟁자는 '무료 급식소'란 얘기가 나오겠나"고 말했다.
15% 저렴한 삼겹살·9000원 비빔밥…"가격도 맛도 착하다"
착한가격 업소란 2011년부터 행정안전부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하고 있는 물가안정 모범업소를 말한다. 각 품목 가격이 인근 지역 상권의 평균 가격보다 낮아야 하고, 재지정 심사 때는 1년 이상 같은 가격을 유지했어야 한다.착한가격 업소로 지정된 가게는 쓰레기봉투 무상 제공, 상하수도세 감면 등 혜택이 주어진다. 지자체는 착한가격 업소 평가시 저렴한 가격 뿐 아니라 주방 청결도, 정수기 수질 관리, 화장실 관리 상태 등 위생도 중요하게 평가한다. 지정 이후에도 수시로 담당 공무원들이 현장을 방문한다.
![서울 용산구의 한 착한가격 업소 / 사진=성진우 기자](https://img.hankyung.com/photo/202406/01.37166315.1.jpg)
이날 만난 직장인 강모(34) 씨 또한 "가격만큼이나 '맛'이 착하다"며 식당 방문 이유를 전했다. 강씨는 "가격만 착하다고 해서 다가 아니다. 가격 대비 맛도 좋아야 계속 찾게 된다"며 "이 집은 고기 질과 밑반찬이 이 가격대 같지 않아 한 달에 최소 두 번 이상은 들려 직장동료와 회포를 푼다"고 말했다.
이 업소의 국내산 생삼겹살 가격은 1인분(150g)에 1만4000원이다. 바로 인근 가게가 같은 중량에 1만6000원 이상인 것을 감안하면, 약 15%가량 저렴한 편이다. 이마저도 작년에 1000원을 올린 가격이다. 또 점심에 100인분 가까이 나간다는 돌솥비빔밥도 9000원에 찌개와 반찬 5종이 같이 나온다. 소비자원이 발표한 지난달 서울 지역의 평균 비빔밥 가격인 1만846원보다 20% 정도 싸다.
![서울 용산구의 한 고깃집에서 판매하고 있는 9000원짜리 돌솥 비빔밥 / 사진=성진우 기자](https://img.hankyung.com/photo/202406/01.37172886.1.jpg)
소비자들은 온라인에서 착한가격 업소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지역별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착한가격 업소 리스트'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네이버 지도는 이달부터 착한가격 업소 위치를 지도에서 검색할 수 있도록 기능을 개편하기도 했다.
매년 늘어나는 '착한가격 업소'…"고물가를 반영한 시대상"
전문가들은 착한가격 업소가 점차 늘고, 각광받는 현상이 곧 물가가 대책 없이 오르고 있는 현 상황을 반영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업소를 지정하는 기준인 상권의 평균 물가가 그만큼 지역을 가리지 않고 치솟고 있단 의미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1년 전국에 5895개였던 착한가격 업소는 2022년 6146개, 작년 12월 기준 7172개로 급증했다.![착한가격 업소 지정증 예시 / 사진=성진우 기자](https://img.hankyung.com/photo/202406/01.37166291.1.jpg)
최 교수는 "다만 가격을 낮추면 보통 품질과 부수적인 서비스의 질이 낮아지는 경우도 많은데, 착한가격 업소는 정부가 직접 이를 점검한다는 측면에서 고물가 시대에 적합한 제도"라면서도 "물가 상승 압박을 줄이기 위한 근본적인 고민도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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