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 폭락+바이든 실수…美 금리 다시 뛰나?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6월 26일 수요일> 캐나다에 이어 호주에서도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높게 나왔습니다. 이는 전세계적으로 금리 상승을 불렀습니다. 미국 금리가 오르면서 달러 가치도 강해졌고요. 26일(미 동부시간) 뉴욕 증시는 힘없이 출발했습니다. 그러나 아마존과 애플, 테슬라가 폭등하면서 오름세로 돌아섰습니다. 아마존은 다섯 번째로 시가총액 2조 달러 이상 기업에 합류했습니다. 장중 하락세를 보이던 엔비디아도 소폭이지만 장 막판 상승세로 전환했습니다. 다만 장 마감 뒤 실적을 내놓은 마이크론이 급락하면서 엔비디아 등 다른 AI 관련주 하락세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호주의 5월 소비자물가(CPI)는 1년 전보다 4% 오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4월 3.6%뿐 아니라 시장 예상 3.8%보다 뜨거웠습니다. 작년 12월 3.4%를 기록한 뒤 진전을 멈춘 것뿐 아니라 거꾸로 올라가는 물가에 호주중앙은행(RBA)이 8월에 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이란 관측이 강해졌습니다. ING는 "호주의 인플레이션이 잘못된 움직임을 보이며, RBA는 금리가 충분히 인상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주 캐나다의 5월 CPI도 2.9%를 기록해 예상(2.6%)과 4월(2.7%) 수준을 넘었었죠. BMO는 "이달 초 금리를 인하한 캐나다 은행이 보고 싶어한 데이터는 아니었다. 7월 인하 가능성은 분명히 낮아졌다"라고 분석했죠. 이렇게 각국에서 인플레이션의 끈적함을 보여주는 데이터가 연이어 나오자 글로벌 금리 인하 사이클이 확산될 것이란 관측에 대해 의문이 커졌습니다. 알리안츠의 모하메드 엘 에리언 고문은 "이런 데이터는 ▲통화 정책은 충분히 제한적이지 않다 ▲인플레이션 역학은 대부분이 아는 것보다 더 복잡하다 ▲인플레이션 목표에 대해 좀 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세 가지 유형의 반응과 분석을 부를 것"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호주, 캐나다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채권 금리가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일본 엔화 가치가 1986년 이후 최저인 1달러당 160엔대로 급락하면서 '일본은행(BOJ)이 금리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라는 보도가 나온 것도 금리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뉴욕 채권시장에서는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다시 4.3%대로 올라갔습니다. 전날 미 중앙은행(Fed)의 미셸 보우먼 이상의 매파적 발언(급하게 금리를 내렸다가 다시 올려야 할 수 있다)과 합쳐서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한 탓입니다. 통화 정책을 반영하는 ICE 달러인덱스(DXY)는 5월 초 이후 처음으로 106선까지 상승했습니다. 달러 가치 상승에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올리 렌 위원이 "올해 두 차례 추가로 금리를 내릴 것이란 투자자 기대는 공정하다"라고 밝힌 것도 영향을 줬습니다. 그는 "경제활동을 지나치게 약화시켜선 안된다"라고도 했죠. 금리가 뛰면서 금 가격은 하락했고요. 비트코인 가격도 1% 내림세를 보였습니다. 리처드 번스타인 리서치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Fed가 공급하는 유동성과 큰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완화 기대가 뒤로 밀리자 비트코인 가격도 떨어진 것이죠. 금리 상승, 달러 상승, 그리고 비트코인 하락은 모두 뉴욕 증시에 부정적 요인입니다. 기업 이익을 제약하고, 위험자산 선호 심리를 누를 수 있습니다. 아침 9시 30분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0.1~0.2% 하락세로 출발했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미국에서는 디스인플레이션을 가리키는 데이터가 이어졌습니다. 아침 실적을 발표한 제너럴밀즈(GIS)의 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월가가 예상한 3.6% 감소보다 더 나쁘게 나온 것이죠. 판매량이 전체적으로 2%, 북미 지역에서 6%나 감소한 탓입니다. 회사 측은 "도전적 운영 환경"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제프 하메닝 CEO는 “소비자들은 최근 몇 달 동안 지출을 줄이고 식품 구매도 줄였다. '보다 도전적인 운영 환경'(a more challenging operating environment)에 대응해 계획을 바꾸고 효율성을 높이겠다"라고 밝혔습니다. 회사 측은 콘퍼런스 콜에서 일부 제품 가격을 4%가량 내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 에버코어 ISI는 "유통점의 중앙을 지배하는 브랜드인 제너럴밀즈, 캠벨수프, 크래프트하인즈, 코네그라브랜드 등의 매출이 지난 16일까지 12주 동안 2% 감소했다"라면서 "투자자들은 이들의 가격 인하에 주의해야 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제너럴밀즈 -4.59%, 크래프트하인즈 -1.46%, 코네그라브랜드 -2.0%, WK캘로그 -2.74% 등 식품업체 주가가 줄줄이 하락한 이유입니다.
이런 추세는 어제 발표된 콘퍼런스보드의 6월 소비자신뢰지수가 101.3에서 6월 100.4로 하락한 것과 일맥상통합니다.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도 떨어지고 있죠. 이렇게 소비자들이 조금씩 흔들리자 기업들이 가격 할인, 인하에 나서고 있는 것이죠.
맥도널드는 어제부터 새로운 5달러 세트 메뉴를 선보였습니다. 버거킹 등도 마찬가지고요. 아마존은 7월 16~17일 프라임 세일을 하는데요. 이에 대응해 월마트와 타겟도 대규모 세일 이벤트에 나섭니다. 타겟은 서클 위크(Target Circle Week)라는 행사를 7월 1~13일까지 여는데요. 의류, 침구, 목욕용품, 피부관리 등 수천 개 품목을 최대 50% 인하할 계획입니다. 타겟은 이미 3000여 가지 품목을 가격을 영구적으로 내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월마트는 8~11일 월마트 딜(Walmart Deals)이라고 불리는 이벤트를 개최합니다.
바이탈 날리지는 "제너럴밀즈 등의 실적발표를 보면 거시경제 차원에서 디스인플레이션에는 긍정적이지만, 미시적 차원에서 기업 이익에는 부정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사실 어제저녁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공개하고 15.51% 폭등한 페덱스도 매출은 거의 증가하지 않았습니다. 라지 서브라매니엄 CEO는 "도전적 매출 환경(a challenging revenue environment)"에 있다고 했었죠. 제너럴밀즈의 CEO가 말한 "보다 도전적인 운영 환경"(a more challenging operating environment)과 비슷합니다. 골드만삭스는 지출과 고용, 소득 등 6가지 측면을 따져볼 때 "미국 소비가 6월에 둔화 징후를 보인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전반적으로 아직 건강하지만요.
▶지출: 4월 실질 소비자 지출은 둔화하였다.
▶고용: 5월 신규고용은 예상보다 강했지만, 실업률은 4.0%까지 치솟았다. 노동 시장은 채용공고 감소가 실제 일자리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지점까지 재조정되었다.
▶소득: 4월 실질 가처분소득 증가율 둔화
▶부: 자산 가격 상승(특히 노년층 가구)으로 인해 가계의 총 대차대조표가 강화되었으며 개인 가처분 소득 대비 순자산 비율은 사상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부채: 소비자 신용 증가세 둔화
▶소비자 신뢰: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는 6월 하락했다. 오늘 발표된 5월 신규주택 판매 건수는 전월 대비 11.3% 급감한 61만9000채로 집계됐습니다. 2023년 11월 이후 가장 나빴습니다. 월가 예상은 64만 채였습니다. 이는 전년 대비로는 16.5% 감소한 것입니다. 주택 경기가 나빠지면서 신규주택 판매 중간값은 41만7000달러를 기록했습니다. 1년 전보다 0.9% 하락한 것입니다. 웰스파고는 "신규주택 시장은 모기지 금리 상승, 기존주택 매물 증가, 완만한 성장 속도와 함께 약화하였다. Fed가 금리를 낮추면 도움이 되겠지만 높아지는 실업률과 느린 소득 증가로 대변되는 거시경제 배경은 계속 역풍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닉 티미라오스 기자는 "5월 신규주택 판매 보고서는 긴축적 통화 정책이 경제활동을 얼마나 냉각시키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다. 5월 신규주택 공급량은 9.3개월 치로 추산됐다. 이런 공급량은 공격적 금리 인상이 이뤄지던 2022년 하반기에나 볼 수 있던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월가에서는 지난 월요일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의 메리 데일리 총재가 "인플레이션이 우리가 직면한 유일한 위험은 아니다. 실업률 증가가 점점 더 위험해지고 있다"라고 말한 여파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곳곳에서 노동 시장이 변곡점에 있다는 분석과 주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 자산운용의 리사 샬럿 CIO는 "최근 데이터는 노동 시장과 관련하여 불분명한 그림을 보여준다"라고 밝혔습니다. 구인이직보고서(JOLTS)를 자세히 분석해보면 ▲채용공고 수치는 이제 지난 20년 추세보다 낮아졌다 ▲지난 몇 년간 평균 4%가 넘었던 채용률이 3.6%까지 떨어졌다 ▲실업자 1인당 채용공고 비율은 2019년 평균 수준으로 하락했다 ▲퇴사율은 2016~2019년 수준으로 줄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냉각된 노동 시장이 금리 인하를 촉발하기를 바라는 투자자들은 '노동 시장이 너무 빨리 냉각되면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을 수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 UBS는 "호주 캐나다 등의 시끄러운 인플레이션 데이터는 정책 입안자들이 신중하게 행동하도록 하는 데 충분할 수 있지만, 우리가 보기엔 글로벌 디스인플레이션은 잘 확립되어 있다. 경기와 물가 둔화 등을 고려하면 중앙은행은 금리 인하를 시작하거나 계속해야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국채 금리 상승세는 지속했습니다. 오후 5시께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전날보다 9.1bp 오른 4.329%에 거래됐습니다. 2년물은 6.2bp 상승한 4.753%를 기록했고요. 오늘 700억 달러 규모의 5년물 국채 경매가 치러졌는데 수요가 탄탄했습니다. 응찰률은 2.35배로 지난달 2.30배보다 상승했고, 발행 금리는 4.331%로 발행 당시의 시장금리 4.335%보다 0.4bp 낮게 형성됐습니다. 다만 이런 좋은 결과는 채권시장의 매도 흐름을 바꾸지 못했습니다.
한 채권 트레이더는 "오늘 재료에 비해 국채 금리가 너무 많이 올랐다"라면서 세 가지 요인을 지적했습니다.
① 바이든의 실수=트럼프의 부상=인플레이션
월가 일부에서는 내일 밤 TV 토론에서 트럼프가 압승할 가능성(조 바이든 대통령이 실수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높은 관세와 많은 정부 지출, 감세 등 트럼프 대통령의 모든 공약은 더 높은 인플레이션, 더 많은 국채 발행과 더 높은 금리, 더 낮은 성장률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이죠. 조지프 스티글리츠와 로버트 실러, 폴 로머 등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16명은 공동 성명에서 "중국산 수입품에 최소 60% 관세를 부과한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약으로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다시 심화할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물론 이들 중 상당수는 민주당과 가까운 학자들입니다.
에버코어 ISI는 목요일 TV 토론과 관련 "경제, 이민, 이스라엘 정책 등이 중요한 순간을 만들겠지만, 그 내용보다는 두 후보의 스타일이 더 중요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두 후보 모두 직무 수행 능력에 의문을 받고 있어, 형식이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바이든에게 더 많은 지분이 걸려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나이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어떤 실수라도 감당할 여유가 없다는 것이죠. 경합주 여론조사도 뒤처지고 있고요. 에버코어 ISI는 "기본 시나리오는 이번 토론에서 누군가 결정타를 맞지는 않으리라고 보지만, 차이가 근소한 대선 경쟁에서는 모든 것이 중요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② 일본은행, 미 국채 매각?
엔화가 급락세를 보이면서 달러/엔 환율은 1달러당 160.8엔까지 뛰었습니다. 1986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심리적 저항선 160엔대가 무너지면서 일본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일본 재무성의 칸다 마사토 재무관(차관)은 기자들을 만나 엔화 환율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라고 언급했죠. 일본은 지난 4월 말 환율이 160엔대로 오르자 600억 달러 규모를 내다 파는 등 개입에 나섰습니다. 이렇게 개입하려면 달러가 필요합니다. 일본은 올해 4월 기준 미 국채를 1조1503억 달러어치나 보유하고 있습니다(물론 모두 정부 것은 아니지만). 이 중 일부를 매각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③ 빌 더들리의 경고
빌 더들리 뉴욕 연방은행 전 총재는 블룸버그 칼럼에서 의회예산처(CBO)가 최근 올해 재정적자 규모를 4000억 달러 높여 잡은 데 대해 "미국은 대규모 만성 재정적자를 겪으면서 큰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 더 많이 빌릴수록 정부 부채와 금리가 서로를 가차 없이 상승시키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커진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이는 트럼프의 두 번째 대통령 당선이 촉발할 수 있는 결과"라고 덧붙였습니다. 전반적으로 모든 지표가 혼조세를 보이는 가운데, 뉴욕 증시에서는 개별주 장세가 펼쳐졌습니다. 오늘 주인공은 아마존이었습니다. 아마존은 3.9% 뛰면서 193.61달러를 기록, 처음으로 시가총액 2조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아마존에 대한 목표주가를 220달러로 높여 제시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여전히 물류 측면에서 비용 절감을 통해 마진을 향상시킬 여지가 있다. 소매 유통에서도 효율성을 높일 여섯 가지에 달하는 도구가 있다. 그런데 월가의 소매 유통 마진에 대한 추정은 여전히 보수적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 마진이 상승할 것이란 추정에 기반해 목표주가를 높인다"라고 밝혔습니다.
전기차업체 리비안은 폭스바겐으로부터 최대 50억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했다는 소식에 23% 넘게 급등했습니다. 시간 외 거래에선 거의 50%까지 뛰었었는데, 공매도가 몰려있다는 점에서 숏커버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리비안은 지난 2년 동안 약 120억 달러를 투자했는데 그동안의 매출은 약 70억 달러에 그칩니다. 자금 조달이 필요하죠. 파이퍼 샌들러는 "리비안의 자금 조달 경로가 이제 대부분 위험에서 벗어났다. 테슬라를 보면 전기차 제조사는 자체 칩(ECU)과 아키텍처,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리비안도 테슬라처럼 이런 방식을 취해왔으며 폭스바겐은 그런 접근 방식을 복제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중국 업체는 전례 없는 속도로 움직이고 있으며 수직적 통합을 통해서만 보조를 맞출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리비안의 주가 폭등도 아마존의 주가 상승을 도왔습니다. 아마존은 리비안의 주식 1억5800만 주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의 롤러코스터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한때 2% 넘게 내리기도 했지만 장 막판 오름세로 전환해 0.25% 올랐습니다. 오늘 연례 주주총회가 있었는데, 별 뉴스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젠슨 황 CEO는 "산업용 로봇과 같은 새로운 AI 시장 창출을 모색하고 있고 이를 위해 모든 컴퓨터 업체 및 클라우드 업체와 협력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AI 칩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엔비디아 칩이 "총소유 비용(total cost of ownership)이 가장 낮다"라며 '가성비'가 높다고 주장했습니다. 애플은 2% 올랐습니다. 로젠블렛은 투자등급을 '매수'로 높이고 목표주가 260달러를 제시했습니다. 강력한 개인정보 보호 초점을 맞춘 애플의 AI가 소비자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애플의 AI에 대한 접근 방식은 클라우드 업체들이 겪고 있는 비용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으므로 투자자에게 이익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테슬라는 4.82% 폭등했습니다. 7월 2일 발표될 2분기 인도량이 저조할 것이란 관측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그보다 AI 역량에 더 신경 쓰는 것 같습니다. 스티플은 '매수' 투자등급과 목표주가 265달러를 제시하면서 "테슬라가 2025~27년에 다년간 강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는 매우 좋은 위치에 있다고 믿는다. 단기적으로 페이스리프트한 모델3와 모델Y로 인해 판매가 증가할 것이며, 이어서 차세대 차량(모델2) 생산이 시작될 것이다. 우리는 AI 기반 완전자율주행(FSD) 이니셔티브가 FSD 판매, 라이센스 계약 및 장기적으로 로보택시를 통해 상당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믿는다. 주목할만한 단기 위험에는 부진한 판매, 단기 전기차에 대한 역풍, 미국 대선이 포함된다"라고 밝혔습니다. 마이크론(MU)은 0.88% 상승세로 마감한 뒤 실적을 내놓았는데요. 장외 거래에서 6% 넘게 하락하고 있습니다. 실적은 좋았습니다. 3분기 매출 68억1000만 달러, 주당순이익(EPS) 0.62달러를 기록해 월가 추정(66억7000만 달러, 0.51달러)보다 많았습니다. 지난해 동기 19억 달러의 순손실에서 이번 분기 3억3200만 달러 흑자로 전환했죠. 가이던스도 괜찮았습니다. 4분기에는 76억 달러 매출과 EPS 1.08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는데요. 월가 추정(76억 달러, 1.05달러)에 부합했습니다. 산자이 메로트라 CEO는 "AI 수요로 우리의 첨단 공정 칩에 대한 공급이 부족해지고 있다. AI 관련 제품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며 데이터센터 사업은 50% 성장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월풀은 17.1% 상승했는데요. 로이터 통신은 독일 보쉬가 월풀 인수에 나설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런 개별 주식 강세에도 시장 전반은 그리 좋지는 못했습니다. S&P500 11개 업종 중 오른 업종은 임의소비재와 IT,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3개에 불과했습니다. JP모건의 투자자 설문에 따르면 낙관론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17%만이 주식 노출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올해 말 S&P500 지수가 5500 이상으로 마감할 것이란 투자자가 48.7%였고, 5500 이하라고 답한 사람이 51.2%였습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CIO는 현재 장세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주가가 지금까지 올랐던 주식 위주로 더 오를 수 있지만, 경기 둔화가 심각해지면 조정이 본격화하리라 보는 것이죠.
▶경제는 주식시장이 아니며, 주식시장은 경제가 아니라는 말을 좋아한다. 종종 강한 경제는 주식에 좋지 않고, 반면 부진한 경제는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후자의 경우가 지금 우리가 처한 전형적인 경기 사이클 후기 장세다. 즉 Fed의 긴축으로 경제가 둔화할 때, 증시는 Fed가 완화로 전환할 것이라며 흥분하고 그런 기대감으로 밸류에이션이 상승한다. 현재 주가수익비율(P/E)과 다른 밸류에이션 지표가 역사적 범위의 상위 10%에 속해 있는 상황에서, 이런 밸류에이션이 문제가 되고 이익 성장 속도에 비해 빠르게 하락하면서 의미 있는 조정이 언제 나타날지가 문제다.
▶개별 주식 수준에서는, 1965년 이후 가장 약한 시장 폭이 말해주듯 이런 조정은 이미 일어나고 있다. 대부분 주식이 이익 증가보다 더 빠르게 밸류에이션이 하락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주식 선택이 매우 중요해진 이유다. 몇몇 주식에서만 상승 모멘텀이 지속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는 고품질 대형주가 계속해서 초과 성과를 낼 것으로 본다.
▶경제 데이터가 악화하여 주식 밸류에이션이 하락할 만큼 충분히 큰 성장 우려가 발생하는 게 가장 가능성이 큰 위험이다. 이런 상황에선 질 높은 대형주는 상대적으로는 그냥 괜찮을 수 있지만, 경기방어주가 더 나은 성과를 낼 것이다. 경제 서프라이즈 지수는 올해 내내 하락세를 보였다. 지금까지 증시는 이런 약한 데이터를 받아들였으며, 투자자는 금리 인하를 기대하며 질 높은 대형주를 사고 있다. 반면, 약한 주식은 무너졌으며, 많은 주식이 올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결론적으로, 막대한 재정 지출 및 긴축 통화 정책의 조합은 많은 기업과 소비자를 지속 불가능한 방식으로 압박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도 잘 나가는 몇몇 주식만 오르고 있다. 성장이 더 의미 있게 둔화할 때까지, 우리는 이러한 좁은 폭의 시장 성과가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로서는 고품질 대형주와 방어주를 동시에 추천하며, 거시 환경이 확장될 때까지는 경기 순환주를 피할 것을 권한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