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년 야구부 481명 초청해 '추억' 선물
"메이저리그에서 함께 뛰던 웨인라이트 보고 배워"
'유소년 야구 길잡이' 김광현 "마운드 아래에도 할 일이 있더라"
김광현(36·SSG 랜더스)이 최근 프로야구 동료들 다음으로 자주 만나는 이들은 '초등학생'이다.

홈 경기가 끝나면 집에서 초등학생 딸 민주와 아들 민재를 만난다.

그리고 홈 인천 SSG랜더스필드에 꾸준히 인천지역 유소년 야구부를 '자비'로 초청해 대화를 나눈다.

올해 김광현은 'KK 드림업 프로젝트'를 통해 인천지역 유소년 야구부 20개 팀의 총 481명을 9차례에 걸쳐 SSG랜더스필드에 초청하고 있다.

27일에 '다섯 번째 프로젝트'를 연다.

'KK 드림업 프로젝트'는 김광현이 기획하고, SSG 구단의 도움을 받아 완성됐다.

26일 SSG랜더스필드에서 만난 김광현은 "지금 나는 1회부터 9회까지 시속 150㎞를 던지는 투수는 아니다.

내 기량을 키워 한국야구에 공헌할 때는 지났다"고 몸을 낮추며 "마운드 아래에서도 내가 할 일이 있더라. 구단에 '유소년 야구 선수들을 초청해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고, 많은 분의 도움을 얻어 'KK 드림업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SSG 구단 관계자는 "구단이 약간의 도움을 주고 있을 뿐,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한 이는 김광현이다.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냈고, 정말 성심성의껏 유소년 선수들과 시간을 보낸다"고 전했다.

김광현의 초청으로 야구장을 찾는 유소년 선수들은 특별한 시간을 보낸다.

자신은 자꾸 몸을 낮추지만, 여전히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왼손 투수이자, 메이저리그에서도 성공적인 시즌을 보낸 김광현이 직접 유소년 선수들을 인솔해 SSG랜더스필드 더그아웃과 그라운드를 소개한다.

꽤 긴 시간 동안 '팬 미팅'을 열어 유소년 선수들의 질문을 받고 조언을 건넨다.

김광현과 기념 촬영을 하고, 사인을 받을 기회도 있다.

'KK 드림업 프로젝트'에 참여한 유소년 선수들은 '부상 방지 교육'도 받는다.

'유소년 야구 길잡이' 김광현 "마운드 아래에도 할 일이 있더라"
김광현은 "메이저리그에서 뛸 때(2020∼2021년)부터 '한국에 돌아가면 팬 친화적인 행사를 기획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라커룸에서 김광현은 빅리거들이 '야구 인기를 더 끌어올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주제로 대화하는 걸 자주 봤다.

그는 "대화 내용이 정말 신선했다.

'우리는 어린이들에게 더 성실하게 팬 서비스를 해야 해', '지역을 기반으로 한 행사를 열어보는 건 어떨까'라는 말이 오갔다"며 "정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전했다.

특히 친분이 깊었던 애덤 웨인라이트는 '구체적인 예'도 제시했다.

김광현은 "웨인라이트가 50∼100명씩 팬을 야구장에 초청,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 대화하는 모습을 봤다"며 "야구장 초청을 넘어서 특별한 기억을 만들어주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밝혔다.

'유소년 야구 길잡이' 김광현 "마운드 아래에도 할 일이 있더라"
2022년 한국에 돌아온 김광현은 승리할 때마다 자비를 들여 팬들에게 선물을 주는 'KK 위닝플랜'을 직접 제안하고 실행해 팬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당시 김광현이 제작한 선물은 야구팬들 사이에서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사랑받았다.

지난해에는 주요 기록을 세울 때마다 팬들에게 특별한 선물을 안기는 'KK 마일스톤'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김광현은 올해 '유소년 선수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물하기로 했다.

유소년 선수의 눈높이에 맞춘 퀴즈를 내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간다.

김광현은 "프로 선수들도 가끔 혼동하는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 '인필드 플라이' 등에 관한 퀴즈를 내고, 맞힌 유소년 선수들에게 선물을 준다"며 "유소년 선수들의 야구 지식이 뛰어나, 깜짝 놀라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나는 초등학교 때 그냥 야구가 즐겁기만 했는데, 지금 유소년 선수들은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더라"며 "팬 미팅 때 '야구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변화구를 잘 던지려면 어떤 훈련을 해야 하나', '경기 전 훈련 루틴에 대해 알려달라'는 등 매우 구체적인 질문을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야구는 재밌는데 반복 훈련은 지루하다"는 유소년 선수에게 김광현은 "그런 지루한 훈련을 이겨내는 선수가 부상 없이 오랫동안 그라운드에 설 수 있다.

메이저리거들은 지금도 매일 그 지루한 훈련을 한다.

그렇게 기본기를 다져야, 실전에서도 잘할 수 있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슈퍼스타'의 조언은 유소년 선수들에게 더 깊이 각인될 수 있다.

김광현은 인천 지역 외 유소년 선수, 중학교, 고등학교 선수로 '드림업 프로젝트'를 확장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그는 "내가 초등학생 눈높이를 맞추는 건 자신이 있다.

고등학생만 해도 목표가 확실해서 도움이 될만한 프로그램을 짤 수 있을 것 같다"며 "그런데 중학생은 조금 겁이 난다.

많은 선수가 '야구 구력 5년 정도 되는' 중학교 때 '권태기'를 맞는다.

권태기를 맞은 중학생을 만나면 '쓴소리'를 할 것 같아서 걱정"이라고 웃었다.

'유소년 야구 길잡이' 김광현 "마운드 아래에도 할 일이 있더라"
김광현이 웨인라이트를 보며 시야를 넓힌 것처럼, SSG 라커룸에도 '선한 영향력'이 퍼지고 있다.

김광현은 유소년 선수들을 위해 '어린이용 글러브' 등을 사비로 마련한다.

여기에 SSG 야수 후배들이 배팅 글러브를 'KK 드림업 프로젝트'를 위해 쾌척하고 있다.

김광현은 "이미 엄청난 선행을 한 추신수 선배가 이것저것 많이 챙겨주신다.

최지훈, 박성한 등 많은 야수 후배도 자신의 야구용품을 기꺼이 내놓는다"며 "내 이름을 달고 내가 기획한 행사지만, 정말 많은 분이 도와주고 있다.

후배들에게도 정말 고맙다"고 감사 인사를 했다.

눈을 반짝이며 김광현을 바라보는 유소년 선수들도 고맙다.

김광현은 "내가 초등학교 학부모여서 그런지, 유소년 선수들과 보내는 시간이 정말 재밌다"며 "내가 시간을 할애하는 게 아니고, 유소년 선수들에게 에너지를 받는 느낌"이라고 밝게 웃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