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강화도 역사보존지역 땅 소유주, 지자체 상대 소송 패소
'엉터리 복원 논란' 이건창 생가…법원 "문화재 가치 있다"
조선 후기 문장가 이건창(1852∼1898년) 선생의 인천 강화도 생가가 엉터리 복원 논란으로 소송에 휘말렸으나 법원은 문화재로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인천지법 행정1-1부(김성수 부장판사)는 강화도 토지 소유주 A씨가 인천시장을 상대로 낸 문화재 지정 해제 요구 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고 27일 밝혔다.

앞서 A씨는 2020년 8월 국민신문고에 "이 선생 생가를 인천시 문화재인 기념물에서 제외하고 철거해야 한다"는 민원을 여러 차례 냈다.

이 선생은 강화도 출신으로 조선 후기 충청우도(현 충청도 서부 지역)의 암행어사와 해주감찰사 등을 지낸 문신이자 문장가다.

주요 저서인 '당의통략'은 조선시대 당쟁의 원인과 과정을 객관적으로 담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A씨는 강화도 화도면에 있는 이 선생 생가 주변의 '역사문화 보존지역'에 땅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 선생 생가는 복원 과정에서 문화재 가치를 상실했다"며 "문화재 지정도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선생 생가는 강화도가 행정구역상 경기도였던 1994년 10월 경기도 기념물 149호로 지정됐다가 인천시 편입 후인 1995년 3월 인천시 기념물 30호로 재지정됐다.

인천시는 1996년과 1998년 생가의 증축 부분을 철거하고 지붕 재료를 바꿔 초가집 형태로 복원했다.

이후 "양반 계급이던 이 선생이 초가집에서 태어나 살았다는 게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민원이 제기되면서 엉터리 복원 논란이 일었다.

A씨는 2022년까지 비슷한 주장을 하며 인천시 입장을 묻는 민원을 또 제기했고, 인천시가 "이 선생 생가를 문화재에서 해제하는 방안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답하자 행정소송을 냈다.

그는 소송에서도 "이 선생 생가는 그가 실제로 태어난 장소가 아닌데 기념물로 지정됐다"며 "복원 공사로 원형을 되찾기 어려울 정도로 (생가가) 훼손돼 문화재 가치를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선생의 출생지가 어디든 지금의 생가는 문화재로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황현이 저술한 '매천야록'에 이 선생의 출생지가 개성으로 적혀 있지만 이 선생의 동생인 이건승이 편찬한 집안 사료에는 강화도가 출생지로 기재돼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매천야록과 집안 사료에 각각 적힌 이 선생 관련 내용의 분량과 구체성 등을 고려하면 그의 강화도 생가를 출생지로 본 인천시 판단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만약 이 선생이 개성에서 태어났다고 해도 양명학을 계승한 강화학파의 주요 인물인 그의 활동지가 지금의 생가이고 당의통략을 집필한 장소도 생가"라며 "이 선생 가문의 후손들이 대대로 살아온 집이어서 역사적 가치가 있다"고 덧붙였다.

A씨는 1심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최근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