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 개인과 집단의 힘 믿는 두 여성 스파이의 승부
인류의 미래를 건 한판 대결…베르베르 신작 '퀸의 대각선'
평생의 숙적인 두 여성 스파이가 있다.

개인의 뛰어난 역량이 인류 진보의 원동력이라 여기는 모니카와 함께 뭉친 집단의 힘이 역사를 움직인다고 믿는 니콜이다.

집단의 힘을 믿는 니콜이 체스 게임에서 즐겨 쓰는 전략은 가장 힘 있는 말인 폰을 밀집시켜 숫자로 밀어붙이는 방식이다.

반면에, 개인의 역량을 신뢰하는 모니카는 체스 게임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퀸을 이용해 상대를 일대일로 타격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장편소설 '퀸의 대각선'(열린책들)은 두 여성 주인공이 국제 정치무대에서 격돌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작품이다.

천재 여성 스파이인 모니카와 니콜은 세계사의 보이지 않는 뒤편에서 서로의 신념과 목숨을 걸고 치열한 두뇌 게임을 펼친다.

소설은 핵 위기, 무장세력의 테러, 종교분쟁처럼 세계 곳곳에서 실재했던 굵직한 사건들이 두 전략가의 손에 의해 계획되고 실행됐다고 가정하고 전개되며, 둘의 승부는 그야말로 인류의 현대사를 좌지우지한다.

잉글랜드에 저항하는 세력인 아일랜드의 과거 무장 독립운동단체 IRA에 들어간 니콜은 체스판의 폰을 다루듯 군중을 움직여 의도적으로 압사 사건을 일으키고, 그 틈새를 타 적을 제거하는 전략을 세운다.

반면에 IRA의 반대편에 있는 영국 정보부 MI5에 소속된 모니카는 개인의 심리를 조종하는 법을 꿰뚫어 니콜의 인간관계에서 허점을 찾아내고 그녀를 체포하는 데 성공한다.

두 여성은 전략가로서 역사를 배후에서 움직이며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때로는 현장 요원으로 뛰면서 피 튀기는 총격전을 벌이기도 한다.

IRA의 영국을 상대로 한 무장투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소련 붕괴, 이란 핵 위기, 9·11 테러 등 세계의 온갖 사건을 배경으로 싸우는 두 여성은 최후의 일전을 준비한다.

과연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두 권짜리로 국내에 출간된 '퀸의 대각선'은 베르베르라는 작가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페이지터너(속도감 있게 읽히는 책)다.

작가는 지난해 대표작 '개미'의 국내 출간 30년을 맞아 방한했을 때 "한국은 러시아, 중국, 일본 등 강대국에 둘러싸인 어려운 지정학적 조건에서도 특유의 차분함을 유지하는 국가라는 게 큰 장점"이라면서 '퀸의 대각선'을 한국의 영웅 이순신 장군에게서 영감을 받아 썼다고 밝히기도 했다.

개인과 집단의 대결이라는 구도가 다소 도식적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실제 있었던 역사적 사건들과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이 결합해 흥미로운 독서 체험을 선사한다.

베르베르 소설의 팬이라면 여름 휴가지에 들고 가기에 안성맞춤이겠다.

열린책들. 전 2권. 각 권 300쪽 내외.
인류의 미래를 건 한판 대결…베르베르 신작 '퀸의 대각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