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않아 우린 정말 쉴 수 있을까? 진짜 어른들의 이야기, '바냐 삼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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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홉 희곡 분석 탁월한 안똔체홉학회(전훈 연출)
![안똔체홉학회 작품 '바냐 삼촌' 포스터 / 사진제공. ⓒ김상우](https://img.hankyung.com/photo/202406/01.37171938.1.jpg)
이런 내용이 어찌 재미없을 수 있겠는가. 사실적으로 그려지는 인물들의 심리를 팝콘각으로 지켜보다 보면 두 시간이 훌쩍 넘어간다. ‘벚꽃동산’과 마찬가지로 체홉은 이 작품에서도 이기적인 교수를 통해 당대 귀족의 무능력과 염치없음을 꼬집는다. 바냐는 영지에서의 수입으로 늘 세레브랴꼬프 교수에게 생활비를 보내왔는데, 이 작자가 갑자기 바냐와 소냐의 삶의 터전인 영지를 팔아 투자 상품에 넣자는 제안을 하는 바람에 결국 바냐의 설움과 분노가 폭발한다.
오, 불쌍한 바냐. 제대로 쉬어본 적도 없이 일만 했지만 합당한 대우를 받지도 못했고, 사랑에도 실패한 그를 위로하는 것은 소냐 밖에 없다. 이번에도 역시 관객들은 바냐의 모습에서 우리들의 모습을 본다. 일하고 또 일해도 나아지지 않는 이놈의 세상, 취미도 연애도 젬병, 낙이라고는 없는 인생. 대부분의 인생은 바냐 아니면 소냐이다. 체홉의 작품에서 우리는 여전히 당시와 다를 것 없는 우리를 보고, 우리의 불행을 보며, 역설적으로 위로를 받기도 한다.
![안똔체홉학회 작품 '바냐 삼촌' 포스터 / 사진제공. ⓒ김상우](https://img.hankyung.com/photo/202406/01.37171939.1.jpg)
![안똔체홉학회 작품 '바냐 삼촌' 연극 장면 / 사진제공. ⓒ김상우](https://img.hankyung.com/photo/202406/01.37171940.1.jpg)
연출자를 포함하여 누구 한 명 몸 깊숙이 아픔이 새겨지지 않은 이가 없는데 이들이 모여서 바냐 삼촌의 대사를 주고받는 거다. “삼촌, 우린 살아가야 해요. 길고도 긴 낮과 밤을 끝까지 살아가요. 운명이 우리에게 보내주는 시련을 꾹 참아 나가는 거에요. 우리, 남들을 위해 쉬지 않고 일하기로 해요.” 연습 과정을 통해 가후쿠와 배우들은 '바냐 삼촌'에 점점 몰입하고 마침내 이 연극은 영화 전체에 녹아든다. 지금도 ‘드라이브 마이 카’를 생각하면 ‘바냐 삼촌’ 장면만 떠오른다.
![안똔체홉학회 작품 '바냐 삼촌' 연극 장면 / 사진제공. ⓒ김상우](https://img.hankyung.com/photo/202406/01.37171937.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