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이 IDT 바이오로지카 인수 건을 설명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제공
27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이 IDT 바이오로지카 인수 건을 설명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제공
SK바이오사이언스가 독일 백신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IDT 바이오로지카를 인수하며 글로벌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SK팜테코가 미국 공장 매각을 검토 중인 가운데, 이번 인수로 SK그룹의 바이오사업 부문 리밸런싱(재구조화)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은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백신 제조시설뿐 아니라 세포·유전자치료제(CGT) 설비도 보유하고 있어 사업영역 확장을 위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독일에 설립한 자회사를 통해 클로케 그룹이 보유한 IDT 바이오로지카의 구주 일부와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되는 약 7500만 유로(약 1120억원)의 신주를 포함해 회사 지분 60%를 약 3390억원에 취득하게 된다. 클로케 그룹은 IDT 바이오로지카 지분을 40% 유지하는 동시에 약 760억원을 투자해 SK바이오사이언스의 지분 1.9%를확보한다. 결과적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약 2630억원을 투입해 인수 절차를 마무리하게 된다.

안 사장은 "엑시트(자금회수)가 아니라 함께 회사를 키우며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이어나가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내년 5월 준공되는 인천 송도 연구공정개발(R&PD) 센터에서 개발한 기술을 기반으로 기존 안동 공장과 IDT 바이오로지카의 독일, 미국 공장을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안 사장은 "21가 폐렴구균 백신 등 전 세계 시장을 노리는 백신을 IDT 바이오로지카 공장에서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사노피가 공동 개발 중인 21가 폐렴구균 백신은 지난 24일 호주에서 3상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받았다.

103년의 업력을 가진 IDT 바이오로지카는 대규모 생산 설비를 기반으로 암젠, 타케다 등 다국적 제약사를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의약품청(EMA), 브라질 식의약품감시국(ANVISA) 등 의약품 규제기관 대응 경험도 풍부하다. 지난 팬데믹 당시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을 담당하기도 했다.

지난해 기준 SK바이오사이언스의 매출은 약 3695억원이다. 약 4000억원의 매출을 가진 IDT 바이오로지카 인수로 SK바이오사이언스는 덩치를 두 배로 불리게 됐다. 다만 양사가 모두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향후 흑자전환을 위한 매출원 다각화를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날 안 사장은 보툴리눔 톡신 등 신규 시장 진출 가능성도 내비쳤다. 안 사장은 "좋은 회사를 좋은 가격에 살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한다"며 "IDT 바이오로지카를 연결고리로 삼아 추가 인수합병(M&A)을 적극적으로 할 것"이라고 했다. IDT 바이오로지카는 보툴리눔 톡신 시장 선두주자인 독일 멀츠의 '제오민'을 위탁생산하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인수가 SK그룹 차원의 리밸런싱(재구조화) 기조를 역행하는 결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효율이 낮거나 중복되는 사업을 과감히 줄이겠다는 게 리밸런싱의 골자인데 SK그룹사는 이미 SK팜테코를 통해 CDMO 사업을 하고 있다. 안 사장은 "이번 인수도 최적화 작업의 일환"이라며 "사업이 겹치지 않도록 SK팜테코와 긴밀히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상황으로는 세부적인 분야에서도 다른 SK 계열사와의 중복은 피하기 어려워보인다. 신약개발이 주력인 SK바이오팜과 SK팜테코 모두 CGT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아 집중 투자하고 있어서다. IDT 바이오로지카 인수로 CGT로의 사업 영역 확장을 꾀하는 SK바이오사이언스와 사업 영역이 겹치는 것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