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도 등 주요 채권국과 협상 마무리…"양자 채무 2028년까지 유예"
'국가부도' 스리랑카, 재건 발판 마련…100억불 채무재조정 합의
2년 전 국가부도 상황을 맞은 스리랑카가 중국 등 주요 채권국과 100억달러(약 13조9천억원) 규모의 채무 재조정에 합의, 경제 재건의 중요한 발판을 마련했다.

27일(현지시간)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라닐 위크레메싱게 스리랑카 대통령은 전날 오후 대국민 TV 연설을 통해 "채권자위원회(OCC), 중국수출입은행과 각각 채무 재조정 협상을 마무리지었다"며 합의 내용을 전했다.

위크레메싱게 대통령은 "외국과의 모든 양자 채무는 2028년까지 유예된다"며 "스리랑카는 2043년까지 양허 조건에 따라 차관을 상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OCC 등에 감사의 뜻을 표하며 "스리랑카가 승리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합의안은 다음 달 2일 의회 승인을 거치면 효력을 얻게 된다.

OCC는 일본, 인도, 미국, 캐나다, 프랑스 등 스리랑카의 주요 채권국 17개국으로 구성됐으며 스리랑카에 총 58억달러(약 8조원)를 빌려줬다.

스리랑카가 중국수출입은행에 빚진 채무 규모는 42억달러(약 5조8천억원)에 달한다.

스리랑카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스리랑카의 대외 채무 규모는 약 370억달러(약 51조3천억원)에 달하며 이 가운데 양자 채무 비중은 28.5% 정도다.

스리랑카는 현재 채권 보유자 등과도 125억달러(약 17조3천억원) 규모의 채무 재조정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 합의에는 이르지 못한 상태다.

채무 재조정 합의 소식이 알려지자 수도 콜롬보 등에서는 위크레메싱게 대통령 지지자들이 폭죽을 쏘며 환호하기도 했다.

스리랑카의 이웃 나라이자 주요 채권국인 인도도 이번 합의를 환영한다면서 추가 지원을 약속했다.

이번 합의는 국가부도 사태 후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으며 경제 회복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스리랑카에 결정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스리랑카는 코로나19 팬데믹, 경제정책 실패 등으로 급격한 물가 상승, 통화 약세, 외화 부족을 겪었고 결국 대외 채무를 상환하지 못하면서 2022년 4월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했다.

경제가 완전히 무너지면서 스리랑카 시민은 대통령 관저를 점령하는 등 대규모 시위를 벌였고 당시 대통령이던 고타바야 라자팍사는 해외로 도망갔다가 하야하기도 했다.

이후 스리랑카는 지난해 IMF로부터 29억달러(약 4조원) 규모 구제금융을 받기 시작했고, 에너지 보조금 폐지·세금 확대 등 대규모 재정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이같은 노력 덕분에 작년 하반기부터 경제가 조금씩 반등했고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5.3% 증가했다.

IMF는 이번 채무 재조정으로 인해 스리랑카가 채무 지속 가능성 회복을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됐다고 평가했다.

'국가부도' 스리랑카, 재건 발판 마련…100억불 채무재조정 합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