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을 함께 지낸 반려동물 독거미가 세상을 떠나버렸다
수현의 반려동물 두희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수현의 이십대와 삼십대를 함께한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났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수현을 위로할 것이다. 그러나 두희가 거미란 것을 알게 되면 어떤 사람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그리고 두희가 타란툴라라는 것을 알게 되면 질문이 쏟아진다. 손바닥 반만 한 크기에 털이 보송보송한 독거미라니.

두희는 수현과 17년을 함께한 타란툴라였다. 블루프로그에서 두희를 데리고 온 후로 수현에게는 여러 가지 일이 있었다. 처음 두희와 마주한 엄마는 너무 놀라 두희를 집어던지려 했고, 그로 인해 수현은 한동안 엄마와 연을 끊고 지냈다. 두희를 단순한 흥밋거리로 여기던 세 번째 애인과 헤어졌다. 그 덕분에 주안과 연애를 시작했지만 주안이 유학을 떠나면서 자연스럽게 이별을 맞았다. 조카 원준이 두희에게 물리며 단짝이던 소리와 왕래를 하지 않게 됐다. 두희 때문이면서 두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건들은 오로지 수현의 몫으로 남았다.

그러나 17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어떤 사건도 관계도 그대로 머물러 있지는 않았다. 다만 두희의 죽음 앞에서 수현은 두희를 사람들로부터, 무엇보다 자신으로부터 해방시켜주기로 한다. 두희와 함께하는 동안 수현에게 남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과거와 현재가 교차해가며 수현은 두희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자신과 두희의 삶을 돌아본다. 그러나 세월을 돌아보는 와중에도 변하지 않는 진리가 있다면 두희와 수현이 가족이라는 사실이었다.

두희와 수현은 언제부터 가족이 되었을까? 서로 종이 다른 개체임에도 수현과 두희는 어떻게 가족이 되었을까. 가족이란 평생을 할애해도 이해할 수 없는 단어이면서 동시에 이해할 수 없는 모든 것을 단 한 번에 설명하는 말이었다. 반려동물이라는 가족을 떠나보내며 펫로스를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소설 <거미는 토요일 새벽>이 조금이라도 위로가 될 수 있길 바란다.

○수상작 <거미는 토요일 새벽>은 올해 하반기 은행나무 출판사를 통해 단행본으로 출간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