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아르떼 문학상 본심에서 심사위원들이 작품을 살펴보며 의견을 나누고 있다.  /김범준 기자
지난 25일 아르떼 문학상 본심에서 심사위원들이 작품을 살펴보며 의견을 나누고 있다. /김범준 기자
제1회 아르떼 문학상에 응모한 작품은 총 367편이었다.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관심과 열기에 놀란 심사위원들은 이 상이 한국 소설의 새로운 미래를 가늠케 하는 축제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심사에 임했다. 예심을 거치는 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은 각 한 편을 본심작으로 추천했고, 본심에 오른 작품들에 대한 독후감을 나눈 뒤 세 편의 작품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논의를 진행했다.

정민지 씨의 <(청계천의) 산책자들>은 청계천에 있는 회사에서 일하는 다양한 인물의 일상을 다룬, 일종의 옴니버스적 소설이다. 소소하지만 한편으로는 엉뚱한 일상을 유머러스하면서도 만화적으로 그려내 범속한 것들의 선함을 구현한 것이 이 작품의 특징이었다. 응모한 작품 중 가장 높은 대중적 소구력을 지녔지만, 각 인물의 삶이 한데 종합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착하고 단순한 결말에 도달한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제기됐다.

윤서빈 씨의 <코끼리, 무덤, 케이크>는 아버지의 부재를 애도하고 어머니를 위로하려는 열한 살 화자의 자의식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신뢰할 수 없는 화자’라는 고전적인 장치에 더해 근미래 시점에서 아버지의 과거를 재추적하고 있다는 설정이 독특한 매력을 발휘했다. 이 작품의 가장 뛰어난 점은 무엇보다 흡입력 있는 문체라고 할 수 있다. 다소 위악적이고 현학적인 면이 없지는 않지만, 독자를 끝까지 견인할 수 있는 소설적 역량을 응모자가 갖추고 있음을 확인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다만 아버지의 부재라는 다소 진부한 설정, 그리고 서사적 전개의 작위성이 작품에 대한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지적되기도 했다.

정덕시 씨의 <거미는 토요일 새벽>은 ‘펫로스’와 ‘동물권’이라는 트렌디하면서 당대적인 주제를 정면으로 다룬 작품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작품에서 천착하는 애착의 대상인 반려동물이 다름 아닌 타란툴라(거미)라는 점이다. 거미와 인간의 관계에 집중하고 있는 이 소설은 ‘비인간’과의 실존적 교류로 인해 가해진 삶의 변형을 입체적으로 조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됐다. 장편소설로서 서사적 스케일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지 의문이 제기됐지만, 인간 너머의 영역을 끈질기게 탐색하려는 서사적 시도가 소설의 동시대적 영역을 한층 넓히고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오랜 토론 후 심사위원들은 결국 투표를 거쳤고, 근소한 차이로 정덕시 씨의 <거미는 토요일 새벽>을 수상작으로 선정하는 데 합의했다.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심사위원(가나다 순) △강동호 문학평론가(인하대 교수) △김용언 ‘미스테리아’ 편집장 △김형중 문학평론가(조선대 교수) △문지혁 소설가 △손원평 소설가 △이서수 소설가 △편혜영 소설가(명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