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부가 풀지 못한 ‘30년 난제’ 유보통합이 첫발을 뗐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으로 나뉜 영유아 보육과 교육을 통합하기 위해 교육부로 관리를 일원화한 개정 정부조직법이 어제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그동안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가, 유치원은 교육부가 관리와 예산을 맡아 왔다. 교육부는 이날 유보통합 실행 계획을 심의하고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연말까지 구체안을 내놓기로 했다. 관리 주체를 일원화하고 통합 밑그림을 제시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통합의 걸림돌이 돼 온 쟁점들은 그대로 남아 있다.

교육부 구상대로 내년에 통합법을 제정하고 2026년부터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려면 학부모, 교사, 관련 단체의 이견과 갈등을 세심하게 조율할 필요가 있다. 현재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교사의 자격과 대우, 원아 모집 방식이 다르다. 이를 어떻게 통일할지 결정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공론화 과정을 제대로 운영하지 않는다면 논란만 키우고 평행선을 달릴 가능성이 크다. 재원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통합 과정에서 급식 개선, 교사 연수 확대, 방과후 프로그램 강화 등 교육·보육의 질을 높여야 하는 만큼 추가 재원이 필요하지만 아직까지는 무대책이다. 정부는 학생 감소로 남아도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활용할 생각이지만, 교육청이 반대하고 세수 상황에 따라 큰 폭으로 액수도 달라진다. 이를 감안해 재정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미취학 아동이 어느 곳에 다니든 균일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자는 유보통합은 저출산 극복을 위한 주요 대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방향이 옳다고 정교한 대책 없이 밀어붙여선 국회 문턱을 넘기 어렵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말처럼 ‘남북통일보다 어렵다는 유보통합’인 만큼 교육부가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잘 준비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