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친족상도례(親族相盜例)
헌법재판소는 어제 재판관 9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형법상 ‘친족상도례’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친족상도례(親族相盜例)는 ‘친족 간 도둑질, 곧 재산 범죄에 대한 특례’ 조항이다. 가정 내에서 재산 범죄가 일어났을 때 국가가 바로 개입하는 것보다 가정 내에서 먼저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주자는 취지다.

형법 제328조 1항에서는 직계혈족·배우자·동거친족·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의 사기·절도·횡령 등 재산 범죄에 대해서는 형을 면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2항에서는 함께 살지 않는 친족이 재산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피해자가 고소해야 기소하는 친고죄 조항을 두고 있다.

이런 특례조항은 ‘법은 집안의 문지방을 넘지 않는다’는 로마법 개념을 따른 것으로, 우리 외에도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프랑스, 일본 등에서 유사한 조항을 두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형 면제가 아니라 친고죄를 적용하거나 형 면제 시에도 직계 존비속·배우자에 국한하는 등 우리처럼 광범위하게 적용하는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다 보니 이 조항을 악용하는 사례가 문제가 돼 왔다. 이번에 헌재에서 다룬 사건도 지적장애인이 부친 사망 후 함께 산 작은아버지 부부에게 2억원 이상의 돈을 빼앗겼음에도 검찰이 친족상도례상 ‘동거친족’으로 인정해 기소하지 않은 게 발단이 됐다. 친족상도례를 사회적으로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한 연예인 박수홍 씨 친형 부부 횡령 사건에서도 박씨 부친이 “자금 관리를 내가 했다”며 친족상도례를 주장한 게 형의 면책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논란을 낳았다.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국회는 내년 말까지 해당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 헌재가 주문한 방향은 ‘일률적 형 면제’의 개선이다. 무조건적 친족상도례 적용이 아니라 죄질에 따라 처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법적 장치를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헌재는 얼마 전 부모를 내팽개친 패륜아도 고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일정 상속을 받을 수 있게 한 ‘유류분’ 제도에 대해서도 위헌 결정을 내렸다. 국민의 법 감정을 반영한 법 정비가 이어지고 있다.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