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가 다음달부터 일부 업종에 주 6일 근무제를 도입한다.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최장인 근로시간을 더 늘리는 조치다.

"서비스·농업 일손 부족해"…그리스 주 6일 근무 '회귀'
26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다음달 1일부터 그리스의 소매업, 농업, 일부 서비스업 종사자는 1주일에 최대 48시간까지 근무할 수 있게 된다. 현행 법정 근로시간인 40시간에서 8시간 늘어나는 것이다. 고용주는 근로자에게 하루 2시간의 추가 근무나 주 6일 근무를 요구할 수 있다. 추가 근무에는 40% 더 높은 임금이 지급된다.

그리스 정부는 이번 조치가 인구 감소와 높은 실업률로 인한 노동 생산성 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래부터 그리스는 EU에서 노동시간이 가장 긴 나라였다. EU 통계국에 따르면 작년 그리스의 주당 근로시간은 39.8시간으로 한국과 비슷했다. EU에서 노동시간이 가장 짧은 네덜란드 근로자는 한 주 평균 32.2시간 일했다.

노동계는 이번 개정안이 근로조건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는 근로자의 ‘자발적 동의’ 조항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고용주의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많은 근로자가 제대로 된 보상 없이 장시간 추가 노동을 강요당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왔다. 그리스 당국이 그간 근로 현장을 감독하지 않아 기존 법정 근로시간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제적 흐름에 역행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싱가포르는 지난 4월 근로일 축소와 유연근무제 도입을 예고했고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영국 스페인 등의 일부 기업은 주 4일제 도입을 실험하고 있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