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년 만에 연구개발(R&D) 예산을 원상복구하기로 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첨단바이오, 양자 등 미래 기술 판도를 바꿀 3대 게임체인저 기술에 투자를 확대하고 기초연구 분야에도 투자를 크게 늘렸다.

○급증한 내년 R&D 예산

'R&D 삭감' 홍역 치른 정부, 예산 원상복구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7일 열린 제9회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회의에서 2025년도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조정안을 확정했다. 내년도 주요 R&D 예산은 24조8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다. 국가 R&D 예산이 대폭 삭감된 올해(21조9000억원)보다 13.2% 증액됐다.

국가 R&D 예산은 과기정통부가 확정하는 주요 R&D 예산과 기재부가 짜는 일반 R&D 예산으로 나뉜다. 주요 R&D 예산은 기초·응용·개발 등 기술 개발과 정부출연연구기관, 국공립 연구소 연구비 등에 사용된다. 일반 R&D 예산은 대학의 지원금이나 정책연구비로 쓰인다. 올해 기준으로 주요 R&D 예산은 21조9000억원, 일반 R&D 예산은 4조6000억원이다. 일반 R&D 예산을 합한 국가 R&D 총예산은 오는 9월 2일 정부 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될 때 확정된다.

정부는 AI 분야에 1조1000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이는 올해(8000억원)보다 37.5% 늘어난 수준으로 사상 처음 1조원을 넘었다. 정부는 글로벌 빅테크가 주도하는 AI 생태계를 극복할 독자 기술을 확보하는 프로젝트에 예산을 집중 투입할 계획이다.

AI와 함께 3대 신기술인 첨단바이오와 양자 R&D 예산도 각각 두 자릿수 늘어 2조1000억원과 1700억원이 마련됐다. 첨단바이오는 디지털 바이오 육성 기반과 바이오 제조 핵심 기술에 투자를 강화하며 필수·지역의료 등 보건의료 현안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는 데, 양자는 연구 생태계를 조성하고 글로벌 협력 기반을 마련하는 데 집중한다.

3대 게임체인저를 합쳐 3조4000억원 규모다. 이를 포함해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된 중점 분야 예산이 10~30%대 증가했다. 우주 분야에는 21% 늘어난 1조원, 반도체·디스플레이에는 23.7% 많아진 8100억원, 차세대 원자력에는 25.8% 증액된 21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과기정통부는 실패 위험이 있더라도 성공 시 파급 효과가 큰 고난도 R&D인 ‘혁신·도전형 R&D’에 1조원을 투자하고, 새로운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기초연구에는 11.6% 증액한 2조9400억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R&D 예산 삭감 논란 진화

내년도 R&D 예산이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된 데 대해 박상욱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은 “정부 총예산 증가율이 4% 선으로 예측되는 점을 감안하면 재정 여력이 정말 없는데도 최선을 다해 큰 폭으로 늘린 것”이라고 밝혔다. 작년 R&D 예산 삭감 논란으로 과학계와 마찰을 빚은 것을 의식한 듯 ‘정말’이라는 부분을 힘줘 말했다.

박 수석은 “기술 패권 경쟁이 나날이 심화하고 과학기술이 산업 경쟁력을 넘어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상황을 감안해 정부 R&D 예산을 대폭 증액했다”고 설명했다.

강경주/도병욱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