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들이 남한 노래나 영화를 감상하고 유포했다는 이유로 공개 처형당하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통일부는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4 북한인권보고서’를 공개했다. 올해 보고서는 탈북민 649명의 증언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북한 당국은 2020년 제정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기반으로 외국 문화를 접하는 주민들을 처벌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탈북민 A씨는 “법 시행 이후에는 남한 드라마를 시청만 해도 교화소로 끌려가고, 이를 최초에 들여온 사람은 무조건 총살당한다”면서 “22세 청년이 남한 노래 70여 곡과 영화 3편을 보고 유포했다는 이유로 공개 처형되는 현장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결혼식 때 서양식 웨딩드레스를 입는 행위도 처벌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주민들은 말투까지 통제당하고 있다. 휴대폰에 ‘OO아빠’ ‘오빠’ ‘OO님’ 같은 호칭으로 상대방을 저장하거나 ‘~해요’ ‘빨리 와’ 같은 어투를 사용하면 ‘남한 말투’라며 단속당하기 일쑤다.

해외 파견 노동자에 대한 인권도 심각하게 침해당하고 있다. 한 증언에 따르면 노동자들은 매일 16~17시간을 일하고, 휴일은 1년에 단 2일뿐이다. 40명가량이 좁은 컨테이너에서 생활하고, 목욕시설이 없어 세수도 한 달에 한 번 정도만 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한 탈북민은 “저희 매형은 군 복무 중 광견병에 걸린 개에게 물렸는데, 처음에는 ‘49호 병원’(정신병원)에 입원당했다가 계속 도망가자 ‘83호 병원’으로 보내졌다”며 “‘83호 병원’에 가면 생체 실험에 동원된다”고 증언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