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웹툰이 한국 콘텐츠 기업 최초로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한다. 공모가격이 희망가격의 최상단으로 결정돼 글로벌 투자업계의 높은 관심을 증명했다.
네이버웹툰 나스닥 상장…몸값 3.7조원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뉴욕증시에 상장하는 웹툰엔터테인먼트의 공모가격이 주당 21달러로 결정됐다. 웹툰엔터테인먼트는 네이버웹툰의 모회사로 북미에 있는 법인이다. 이 회사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서 주식 공모가격 희망 범위를 주당 18~21달러로 제시했다. 가장 높은 가격으로 공모가가 결정됐다는 것은 그만큼 웹툰산업에 현지 투자자의 관심이 크다는 의미다.

종목 코드 ‘WBTN’을 할당받은 웹툰엔터테인먼트는 이번 기업공개(IPO)를 통해 보통주 1500만 주를 발행할 예정이다. 공모가 적용 시 3억1500만달러(약 4400억원)를 조달할 전망이다. 공모가 상단 가격을 적용한 상장 후 기업가치는 27억달러(약 3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상장 후에도 네이버는 웹툰엔터테인먼트 지분 63.4%를 가진 최대주주로서 이사 선임 권한을 행사한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합작사인 라인야후는 지분 24.7%를 보유한다.

웹툰엔터테인먼트는 이번에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지식재산권(IP) 사업을 확장할 전망이다. 현지에서 웹소설, 웹툰 등 원천 IP를 확보하고 영상화하는 사업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준구 웹툰엔터테인먼트 대표는 SEC에 보낸 서한에서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경험하고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포스트 디즈니' 꿈꾸는 네이버웹툰…"영상 등 무한확장"
IP 활용해 게임 등 사업 확대…'지우학' '지옥' 등 흥행 사례 있어

“차세대 엔터테인먼트 프랜차이즈는 전문 작가와 감독, 프로듀서가 수백만달러를 투자해 대본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사용자 기반의 창의성을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 만들 것이다. 그 프랜차이즈를 발굴하고 개발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네이버웹툰 모회사인 웹툰엔터테인먼트의 김준구 대표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보낸 서한의 내용이다. 웹툰엔터테인먼트가 미국 나스닥시장에 성공적으로 상장하면서 네이버의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 창작자들이 만들어내는 지식재산(IP) 비즈니스가 속도를 낼 전망이다.

네이버웹툰은 2005년 네이버 포털 서비스의 하나로 시작해 글로벌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2016년 웹툰 비즈니스를 총괄하는 웹툰엔터테인먼트를 미국에 설립하고 2017년 한국 법인인 네이버웹툰을 세웠다. 웹툰(북미), 라인웹툰(동남아시아), 네이버웹툰·시리즈(한국), 라인망가(일본), 왓패드(북미)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150개국 이상에서 서비스 중이다. 월간활성이용자(MAU)는 1억7000만 명을 넘는다.

웹툰엔터테인먼트의 목표는 ‘포스트 디즈니’다. 마블, 스타워즈 등 수많은 IP를 다양한 비즈니스로 확장하는 디즈니처럼 창작자가 제작하는 웹툰·웹소설을 발판 삼아 출판, 영상, 게임 등 부가산업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간다는 얘기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웹툰엔터테인먼트에 관심을 보인 것도 이런 확장성 때문이다. 이미 다양한 웹툰·웹소설이 영상화되며 비즈니스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넷플릭스에서 공개돼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지금 우리 학교는’ ‘지옥’ 등이 대표적이다. 네이버웹툰에 따르면 지난해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14편 가운데 절반이 네이버웹툰 원작이었다. 2013년부터 올해까지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상은 100편 이상이고 게임은 70개를 넘었다. 회사 관계자는 “오리지널 웹툰과 웹소설 IP로 출판, 영상, 게임 등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웹툰엔터테인먼트의 가장 큰 매출원은 유료 콘텐츠 결제다. 이 회사는 대부분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지만 완결된 작품을 보거나 연재 중인 작품을 앞서 보려면 돈을 내야 한다. 작년 매출 12억8274만달러(약 1조7800억원) 가운데 80.2%가 이 같은 유료 콘텐츠 판매였다. 광고는 11.3%(1억4500만달러), IP 관련 매출은 8.4%(1억800만달러)에 그쳤다.

네이버웹툰의 과제는 수익 구조 개선이다. 웹툰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까지 매년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상장을 앞두고 비용 통제에 힘쓰면서 올해 1분기 가까스로 1418만달러(약 196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웹툰 이용자 증가세가 둔화했다는 점도 극복해야 할 대목으로 꼽힌다. 이 회사가 SEC에 제출한 서류를 보면 웹툰 플랫폼 MAU는 작년 3분기 1억7550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조금씩 줄어들어 올해 1분기 1억6900만 명을 기록했다. 유료 결제를 하는 이용자 역시 2022년 3분기 840만 명으로 정점에 이른 뒤 700만 명대 후반에서 정체한 상태다. 그나마 유료 이용자의 1인당 소비액이 상승세를 유지하며 올해 1분기 11.5달러까지 올랐다.

네이버웹툰이 미국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으면 다른 웹툰과 플랫폼 기업도 상장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일본 웹툰 시장 1위인 카카오의 자회사 카카오픽코마는 일본 상장을 검토 중이다. 숙박·레저 플랫폼인 야놀자는 연내 나스닥시장 상장을 목표로 작업을 하고 있다. 두나무는 국내 상장과 해외 상장 가운데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우/최석철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