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시간대 주가의 이상 흐름에 대해선 단호히 대처할 것입니다."

김학수 넥스트레이드 대표는 30일 "자체 거래 정지 결정은 리스크가 크다"면서도 "거래소 수준의 투자자 보호책을 마련하려면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위 관료 출신으로 금융결제원장을 지낸 그는 내년 3월 국내 최초로 문을 열게 될 대체거래소(ATS) 개설 작업을 책임진 인물이다. 김 대표는 "투자자의 신뢰를 얻는 작업은 ATS가 지닌 숙명"이라며 "복수시장 결제 체계 핵심인 SOR(스마트오더 라우팅) 시스템과 제반 인력도 갖춰 최고의 거래 안정성을 구현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김학수 넥스트레이드 대표. /사진=김범준 기자
김학수 넥스트레이드 대표. /사진=김범준 기자
▷ATS 등장 배경은.
"국내 증시 일평균 거래대금이 20조원이 넘고, 상장사 시가총액이 2600조원을 돌파했다. 한국거래소 단일 체제로는 자본시장의 규모와 복잡성을 감당할 수 없게 됐다. 자본시장법상 ATS 설립 근거는 2013년 이루어졌지만 이미 10년간 작업이 지체됐다. 각종 규제 완화를 위한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지만 근본적으로 증시 거래 규모가 현재의 반도 안 됐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증권 유통시장 경쟁 촉진을 통해 투자자들의 편익을 높일 때가 왔다."

▷ATS의 역할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거래소의 3대 기능인 상장·거래·청산 중 거래 기능을 담당하는 플랫폼이다. 주식 유통만 담당하는 '미니 거래소'라고 표현이 가능하다. 한국거래소가 물론 경쟁력 있는 거래소이지만 조직이 크다 보니 변화에 상대적으로 둔감할 수 있다. ATS는 한국거래소엔 없는 장점들을 갖춰, 틈새를 메우며 경쟁할 예정이다. 투자자 입장에선 거래소를 선택해 거래한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다. 선택하지 않을 경우 거래 시점에 투자자에게 가장 유리한 거래소가 사용 증권사에 의해 자동으로 선택된다."

▷유리한 거래소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나.
"SOR이란 정보기술(IT) 시스템을 통해 가능하다. 투자자의 거래 주문을 처리할 가장 효율적인 경로를 찾아낸다. 유동성, 수수료, 거래 대기 시간 등 모든 것을 고려하고 선택지를 내놓는다. 내비게이션을 켜면, 국도로 갈지 고속도로로 갈지 장단점을 따져 운전자에게 내놓는 것과 같다. 투자자 호가, 상대방 호가, 전날 거래량, 통계 정보까지 살핀다. 물론 SOR 시스템마다 결과는 다를 수 있다. 현재 SOR 시스템은 넥스트레이드가 개발 중인 시스템 이외에도 코스콤과 개별 증권사 자체 개발 등 세 가지 형태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 역시 추후 시장에서 경쟁하게 될 것이다. 티맵, 카카오내비 등의 경쟁과 같다."

▷ATS만의 장점도 있어야 선택 가능성이 커지지 않나.
"당연히 우리만의 장점이 있다. 일단 거래 체결 속도가 더 빠를 전망이다. 최신 시스템으로 꾸려지고 있다. 한국거래소 수수료가 원래도 거의 없는 수준이라 체감은 적을 수 있으나, 일단 20~40% 더 저렴하다. 호가 방식도 다양화한다. 무엇보다 투자자들이 직관적으로 느낄 요소는 프리마켓과 애프터마켓이다. 기존에 주식 거래가 이루어지지 못하던 시간에도 거래가 가능하다는 것이 핵심이다."

▷거래 시간 확장은 어떻게 진행되나.
"넥스트레이드 거래시간은 세 가지로 구성된다. 프리마켓·메인마켓·애프터마켓이다. 프리마켓은 오전 8시부터 50분간, 애프터마켓은 오후 3시30분부터 8시까지다. 직장인이 출근길이나 퇴근 이후에도 주식 거래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메인마켓은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25분까지다. 프리마켓과 애프터마켓은 지정가 호가(가격 지정 주문)만 허용한다. 한국거래소의 거래 시간도 이에 맞춰 소폭 바뀐다고 예고된 상태다. 한국거래소는 아침의 시가 단일가 매매 시간은 오전 8시30분부터 9시로 같지만 예상 체결가 표출은 개장 전 10분으로 기존 20분 대비 단축한다. 장 마감 직전 단일가 매매 시간도 10분에서 5분으로 줄인다고 했다."

▷호가 종류는 무엇이 추가되나.
"중간가 호가와 스톱 지정가다. 중간가 호가는 최우선 매수가와 최우선 매도가 사이에서 거래 체결이 안 될 때 중간 가격으로 자동으로 조정되는 체계다. 체결 가능성을 높이고 가격 발견 기능도 더해질 것으로 본다. 스톱 지정가는 주가가 투자자가 정한 특정 가격에 도달하면 미리 설정한 지정가에 주문을 낸다. 원하는 스톱 가격과 지정 가격을 입력하기만 하면 된다. 투자자는 이를 통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게 된다. 작은 거래소가 성공할 핵심 요인이라 생각한다."

▷ATS 유동성 관련 우려가 나온다.
"거래 유동성은 ATS 시장이 작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 그래서 일단 800개 종목 거래만 시작하려 한다. 시가총액과 거래량 등을 따져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선별해놨다. 내년 말엔 종목과 상품도 훨씬 많이 다루지 않을까 한다. 일부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도 법 개정과 함께 취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장기적으론 한국거래소에 상장되지 않은 ETF를 가져오거나, 비상장 주식 등을 다뤄보는 생각도 한다."

▷안전성 문제도 제기된다.
"투자자 보호만큼은 확실하게 하려 한다. 특히 한국거래소와 소통할 수 없는 애프터마켓 시간대가 관건이다. 저녁에 주가 폭등·폭락과 함께 의심스러운 체결이 나타나면 넥스트레이드 자체적으로 판단해 거래를 정지시킬 것이다. 물론 리스크가 큰 일이다. 다음 날 아침 정지 결과를 거래소에 전달하고, 거래소가 다른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ATS에서 거래해서 피해를 봤다는 일은 없도록 인공지능(AI) 정보 취합 시스템까지 만들고 있다. 작전 세력에 대해 한국거래소가 취했을 조치를 우리도 똑같이 하겠다.

일각에선 시세에 영향을 주는 고빈도 알고리즘 거래가 늘어난다는 우려도 하는데, 일단 유동성 공급이 원활해진다는 장점이 있어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불법 고빈도 거래에 대해선 엄단하겠다."

▷출범 이후 달성 목표는.
"3년 이내 시장점유율 10%다. ATS의 '다크풀(비공개주문시장)' 운영을 허가하는 호주 같은 국가는 익명 거래를 원하는 '큰손'들이 몰려 20%까지도 점유율을 기록한다. 국내선 '리트풀(공개주문시장)' 방식만 허가하고 있는데, 10%면 목표로 삼을 만한 수치로 판단한다. 영업을 빠르게 반석에 올려놓겠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