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당원 파시즘 행태보다 잠입취재 문제삼은 伊 총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28일(현지시간) 자신이 이끄는 집권당 이탈리아형제들(FdI) 청년 당원들의 친파시스트, 반유대주의, 인종주의적 발언과 관련한 보도에 대해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현지 일간지 일조르날레와 아드크로노스 통신에 따르면 멜로니 총리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문제를 일으킨 청년 당원들을 단호한 어조로 일단 비판했다.

그는 "이미 여러 번 말했고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인종주의, 반유대주의 또는 과거에 향수를 느끼는 정서를 가진 사람은 이러한 정서가 FdI와는 양립할 수 없기 때문에 잘못된 곳에 들어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멜로니 총리는 이번 사태를 촉발한 이탈리아 온라인매체 팬페이지의 잠입 취재 방식을 거칠게 비난해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그는 "오늘부터 정당과 노동조합에 잠입해 회의를 촬영하고 그 영상을 공개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며 "정당 회의에 잠입하는 것은 과거 독재정권에서나 볼 법한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탈리아 공화국 역사상 정당에 침투해 회의를 몰래 촬영하는 것은 결코 고려된 적이 없다"며 "나는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건지 다른 정당에 묻고 싶고 대통령(세르조 마타렐라)에게도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야당들은 총리가 진솔하게 사과하고 반성하는 대신 취재 방식을 문제 삼으면서 '물타기'를 시도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군소 야당인 좌파 연합의 니콜라 프라토이안니 하원의원은 "저널리즘을 비난할 시간에 파시스트와 나치 쓰레기로 가득 찬 청년 지부를 완전하고 확실하게 청소하라"고 요구했다.

또 다른 야당 의원인 안젤로 보넬리는 "팬페이지 사건에 마타렐라 대통령을 개입시키지 말라"며 "총리는 언론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고 한다.

이것은 용납할 수 없는 매우 심각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팬페이지 편집장인 프란체스코 칸첼라토는 "언론의 입을 막으려는 것이야말로 과거 독재정권의 방식"이라며 "멜로니 총리의 입에서 이런 진부한 말이 나올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앞서 팬페이지는 '멜로니의 청년들'이라는 제목으로 FdI의 청년 당원들이 파시즘 창시자 베니토 무솔리니를 지칭하는 '두체'(Duce·지도자)와 나치 구호인 '지크 하일'(Sieg Heil·승리 만세)을 외치는 모습을 잠입 취재를 통해 확보해 공개했다.

또한 FdI 소속 상원의원인 에스테르 미엘리를 유대인 출신이라고 조롱하고 인종차별적 폭언이 담긴 청년 당원들의 단체 채팅방 발언도 폭로했다.

팬페이지는 이 같은 내용을 지난 14일과 26일, 두 차례에 걸쳐 방송해 큰 파장을 낳았다.

이에 FdI의 청년 지부인 '국민 청년'의 리더격인 핵심 간부 2명이 이에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멜로니 총리는 무솔리니를 추종하는 네오 파시스트 정당 이탈리아사회운동(MSI)에서 정치를 시작했다.

그가 창립한 FdI의 전신이 바로 MSI다.

멜로니 총리는 과거 10대 시절에 "무솔리니는 좋은 정치인이었다.

그가 한 모든 것은 이탈리아를 위한 것이었다"고 찬양했지만 집권 이후에는 무솔리니 통치에 대해 "우리 역사상 최악의 시기"라며 파시즘과 선을 그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