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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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내부가 '패닉' 상태에 빠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첫 대선 TV토론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전반적으로 경직되고 불안해 보였다. 토론 내내 쉰목소리로 말을 더듬거나 웅얼거리는 모습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각종 여론 조사상 상대인 공화당 소속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뒤져온 상황에서 열세를 극복하기는커녕 인지력 저하 논란으로 대변되는 고령 리스크만 부각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토론이 시작된 지 몇분 되지 않아 바이든이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명백해지자, 행정부 구성원을 포함해 바이든을 몇 달간 방어해온 측근들의 전화통은 서로 주고받는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불이 났다.

일부는 절망에 빠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충격을 표현했고, 일부는 젊은 사람에게 대통령 후보직을 양보하라고 바이든 대통령을 설득하기가 너무 늦은 것은 아닌지 논의하기도 했다는 설명이다.

바이든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강하게 지지해온 한 민주당 전략가는 NYT에 "민주당 당원 사이의 바이든에 대한 깊은 애착의 우물은 말라버렸다"며 "트럼프에 대한 공포가 바이든에 대한 비판을 넘어섰다. 이제 이러한 공포가 바이든에 대한 사퇴 요구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역설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주당 하원의원은 이번 토론이 바이든에게는 '재앙'이라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저명한 기부자인 마크 뷰엘은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이 대선 후보로 가장 적합한지 강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우리에게 다른 사람을 선택할 시간이 없나"라고 반문했다.

지난 2000년 민주당의 대선 경선 후보였던 앤드류 양은 토론이 끝나기 전 SNS에 '조를 교체하자'(#swapJoeout)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민주당은 다른 이를 대선 후보로 뽑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위원인 나디아 아마드는 "지금이 바이든에게는 건강 문제로 사퇴하기 좋은 시간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그간 진행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프라이머리)에서 충분한 대의원을 확보하면서 승리했기 때문에, 실제 대선 후보가 교체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후보 교체가 가능한 경우는 바이든 대통령 스스로 물러나는 경우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장 '후보 교체론'을 일축했다. NYT에 따르면 그는 토론 후 자정이 넘어 애틀랜타 시내의 와플 식당에 들른 자리에서 '민주당 당원들이 토론에서 보여준 모습에 우려하고 있으며 후보 사퇴를 고려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니다"며 "거짓말쟁이와 토론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