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지가 7억원 집·2천만원 은행예금·월 300만원 근로소득' 있어도 기초연금 수급 대상
올해부터 외제 차 몰아도 요건 충족하면 기초연금 받아
[기초연금 10주년] ② 급격한 저출산·고령화에 재정적으로 지속 불가능
기초연금은 도입 때부터 성격이 모호하고, 국민연금과의 관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불분명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보건복지부는 자신의 노후를 준비하지 못한 노인, 국민연금 수급권이 없거나 있더라도 연금액이 적은 노인의 노후생활을 돕고, 심각한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초연금을 도입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기초연금 지급 대상인 소득 하위 70% 노인에는 저소득층으로 볼 수 없는 사람이 다수 포함된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2023년 기초연금 수급자 기준소득(기초연금 지급의 기준이 되는 소득)은 노인 단독 가구 월 202만원, 노인 부부 가구 월 323만원이기 때문에 기초연금 수급자 중에는 기본 생계 보장이 필요한 빈곤층으로 보기 어려운 노인이 많다.

실제로 공시지가 7억원의 집을 소유하고 2천만원 정도의 은행예금이 있으며, 월 300만원가량의 근로소득이 있는 노인 부부의 경우도 기초연금 수급 대상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노인의 소득과 재산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면서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는 소득인정액이 갈수록 커지고, 과거보다 상대적으로 생활 형편이 훨씬 좋은 노인마저도 기초연금을 받기 때문이다.

공정성 논란을 낳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실제로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는 선정기준액은 기초연금이 처음 시행될 때인 2014년 월 87만원에서 매년 올라 2024년에는 월 213만원으로 급등했다.

약 2.4배로 커졌다.

이렇게 선정기준액이 급상승한 것은 정부 당국이 수급 대상(만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을 가려내고자 전체 노인의 소득·재산 수준, 생활 실태,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해마다 상향 조정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할 때 포함하던 고급 자동차의 배기량 기준(3,000cc)도 없애버렸다.

외제 차를 몰아도 다른 요건만 충족하면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기초연금 10주년] ② 급격한 저출산·고령화에 재정적으로 지속 불가능
국민연금 가입 기간과의 '연계 감액'도 국민연금 성실 가입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면서 논란거리다.

기초연금은 국민연금 수급과 연계돼 있어 국민연금을 많이 받는 사람은 기초연금을 다소 삭감당한다.

올해 노인 단독 기초연금액(33만4천814원)의 1.5배 이상의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부터 기초연금이 줄어들 수 있는데, 최대 감액은 기초연금의 절반까지다.

대략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10년을 초과해 1년씩 증가할 때마다 1만원 정도 감액되는 수준이다.

실제 깎인 금액은 그리 많지 않다고 할 수 있으나, 국민연금 수령자 입장에서는 보험료를 충실하게 납부한 사람이 오히려 불이익을 받는다고 불만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기초연금을 온전히 받기 위해 국민연금 가입을 주저하는 풍조마저 생기고 있다.

현재의 기초연금 제도는 급격한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재정적으로 계속 유지하기 어렵다는 게 대부분 전문가의 진단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금 개혁과 사회적 합의 모델에 관한 연구' 보고서(연구책임자 류재린 부연구위원)를 보면, 기초연금을 지금처럼 주려면 2080년 312조원, 국내총생산(GDP)의 약 3.6%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재정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려면 GDP의 약 5.5%가 필요하며, 당장 2045년 전후 한해 기초연금 지급액이 100조원을 넘길 것으로 예측됐다.

국회 연금특위 민간자문위원회 등에 참여한 김우창 카이스트 산업및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기초연금은 공짜이기 때문에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이 상호 보완제가 아니라, 대체제처럼 작동할 경우 국민연금이 부실해질 수 있다"며 "특히 노인이 전체 인구의 절반에 육박할 초고령사회에서 기초연금을 지금처럼 지급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