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도 "도전적 상황“…트럼프 헤지는 금·석유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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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7일 목요일> 27일(미 동부시간) 뉴욕 증시는 장 마감 뒤 밤에 진행되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TV토론, 내일 아침 5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발표를 앞두고 보합권을 맴돌았습니다. 전날 폭등한 금리는 실업급여 청구 등 경제 데이터가 둔화한 것으로 나오자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긍정적이었죠. 하지만 전날 장 마감 뒤 실적을 발표한 마이크론 주가가 7% 넘게 급락하면서 엔비디아까지 끌어내렸습니다. 실적은 예상보다 좋았지만, 일부의 엄청난 기대를 충족시키진 못한 탓이었습니다.다 만 아마존, 알파벳 등 빅테크 주식들이 오르면서 주요 지수는 소폭 상승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아침에 줄줄이 나온 경제 지표들은 요즘 추세처럼 혼조세를 보여줬습니다. 주간 실업급여 청구 건수는 이전 주보다 6000건 감소한 23만3000건으로 예상(23만6000건)보다 가벼웠습니다. 그러나 2주 이상 연속으로 신청한 지속 청구 건수는 183만9000건으로 이전 주보다 1만8000건 증가했습니다. 이는 2021년 11월 27일 이후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1분기 국내총생산 (GDP) 증가율은 잠정치 1.3%가 다시 1.4%로 상향 조정됐습니다. 미국의 GDP 증가율은 속보치, 잠정치, 확정치 세 번에 걸쳐 발표되는데 속보치는 1.4% 나왔었지만, 잠정치는 1.3%로 낮아졌었죠. 비주거 고정투자와 정부 지출이 더 높게 집계된 덕분입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성장요인인 개인소비가 기존 2.0%가 아닌 1.5%만 성장한 것으로 하향 수정됐습니다. 약 일 년 반 만에 가장 느린 속도입니다. 또 소득도 1.5%→1.3%로 줄었고요. 변동성이 큰 요인을 제거한 성장 지표인 국내 구매자에 대한 최종 판매도 2.8%→2.6%로 낮아졌습니다. RSM은 "전체 GDP는 1.3%에서 1.4% 증가로 높게 수정되었지만, 우리가 초점을 맞춘 모든 주요 데이터는 실질적으로 낮게 나오면서 기저의 성장은 훨씬 약해졌다"라고 분석했습니다. 5월 내구재 주문은 0.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월가 컨센서스 0.5% 감소보다는 훨씬 좋았습니다. 이는 4월 데이터가 기존 0.7% 증가에서 0.2% 증가로 하향 수정된 덕분입니다. 월가는 4월에 많이 증가한 만큼 5월에 감소할 것으로 봤는데, 4월과 5월 모두 소폭 증가한 것으로 바뀐 것이죠. 요즘 내구재 주문 데이터는 보잉으로 인한 잡음이 큽니다. 그리고 월가가 주목하는 항공기를 제외한 비국방 자본재 수주는 전월 대비 0.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업들의 설비 투자를 대변하는 데이터인데요. 웰스파고는 "제조 부문이 최근 안정화의 징후를 보였지만 회복에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는 분명한 신호"라면서 "우리는 높은 금리로 인해 올해 하반기 자본 지출 수요가 침체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주택 지표는 계속 부진합니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가 발표한 5월 잠정 주택 판매지수는 전월보다 2.1% 하락한 70.8을 기록했습니다. 월가는 0.4% 감소를 예상했는데, 그보다 훨씬 낮게 나오면서 2001년 집계가 시작된 뒤 최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는 "높은 주택 가격과 높은 모기지 금리가 주택 매매에 부담을 주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경제 데이터가 나온 뒤 애틀랜타 연방은행의 GDP나우는 2분기 성장률 추정치를 기존 3%에서 2.7%로 낮췄습니다. 새벽에만 해도 전날에 이어 상승세를 보이던 금리는 약간은 부진한 데이터가 줄줄이 나오자 하락세로 전환했습니다. 뉴욕 채권시장에서 4.32% 수준에 머물던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오전 10시께 4.27%까지 낮아졌습니다.
미 재무부가 실시한 440억 달러 규모의 7년물 국채 입찰 결과도 괜찮았습니다. 응찰률은 2.581배로 최근 6회 평균 2.53배보다 높았고, 발행 금리는 4.276%로 발행 당시의 시장 금리 4.279%보다 0.3bp 낮게 형성됐습니다.
오후 4시께 10년물 수익률은 2.4bp 내린 4.292%, 2년물은 3.3bp 하락한 4.716%를 기록했습니다. 애틀랜타 연은의 라파엘 보스틱 총재는 올해 4분기께 금리 인하를 예상한다면서도 "인내심을 갖고자 하는 이유는 2% 목표에 도달할 것이라는 확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은 그런 확신이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Fed의 미셸 보우먼 이사는 또다시 "인플레이션 진전이 정체되거나 반전되었다는 데이터가 들어오는 경우, 금리를 인상할 의향이 있다"라는 말을 반복했습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이미 그런 말을 들은 바 있습니다.
어제 폭등했던 금리가 내림세를 보인 것은 긍정적이었습니다. 그러나 불안감은 여전히 있습니다. 금리가 오후로 갈수록 조금씩 하락 폭을 줄인 이유입니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0% 안팎의 보합세로 출발했습니다. 마이크론의 주가가 7.12% 급락하고 엔비디아가 덩달아 1.91% 하락하면서 지수를 압박했습니다.
사실 마이크론의 3분기 실적은 월가 예상보다 나았습니다. 가이던스도 예상에 부합했고요. 마이크론은 AI 칩에 필요한 고대역폭메모리(HBM)가 내년까지 모두 판매됐다고 밝혔는데요. 산자이 메로트라 CEO는 “데이터 센터에서의 지속적 성장과 AI PC 및 AI 스마트폰에 대한 수요 환경은 2025 회계연도에는 매출 기록과 상당한 수익성을 달성할 수 있다는 확신을 준다"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실적과 가이던스가 예상에 부합했지만, 크게 뛰어넘지는 못했습니다. 씨티그룹은 어제 아침 4분기 매출 가이던스가 8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 관측했는데요. 컨센서스 76억 달러를 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마이크론은 컨센서스와 똑같은 76억 달러의 매출을 전망했죠. 딥워터 매니지먼트의 진 먼스터 매니징 파트너는 "투기적 자금들이 더 흥분할 만큼 폭발적 분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 자금들이 주식을 팔고 있지만, 마이크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2% 성장을 보고했고 AI 내러티브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마이크론은 8월로 끝나는 2024 회계연도의 자본 지출 전망을 80억 달러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2025 회계연도에는 매출의 30% 중반 정도까지 자본 지출을 늘라겠다고 밝혔습니다. 월가는 그동안 마이크론이 108억 달러 정도를 지출할 것이라고 예상해왔습니다. 그런데 매출의 30% 중반이라면 약 130억 달러를 쓰겠다는 얘기입니다. 이는 역대 최대 금액이고, 지난 5년간의 연평균보다 36% 더 높습니다. 일부에선 이런 과감한 투자가 메모리 공급 급증과 가격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고 걱정했습니다.
전반적으로는 마이크론에 대해 우호적입니다. 씨티그룹은 "우리는 마이크론 주식이 보수적 가이던스와 더 많은 자본 지출로 인해 매도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D램 상승 전망은 유지될 것이고 22025년까지 순차적으로 더 높은 매출, 주당순이익(EPS), 총 마진을 기대하기 때문에 주가가 약세를 보이면 매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씨티는 목표주가 175달러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마이크론은 AI로 인한 메모리 수요 증가와 함께 클라우드 컴퓨팅 및 데이터센터 확대 등 여러 가지 흐름의 혜택을 볼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는 사이클 저점을 통과하기 시작했다고 믿는다. 또 HBM에서 점유율 상승의 여지가 있음도 확인했다"라고 밝혔습니다.
마이크론, 엔비디아 하락에도 AMD는 1.23%, 슈퍼마이크로 7.12% 등은 급등세를 보였습니다. 모든 AI 주가가 내린 것은 아닙니다.
월그린도 22.16% 폭락하면서 시장 분위기를 흐렸습니다. 올해 들어 54% 급락하면서 1997년 6월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지난 분기 실적이 월가 예상에 미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도전적 산업 동향'과 '예상보다 나쁜 소비자 환경'을 이유로 2024회계연도 매출 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미국 내 대규모 매장 폐쇄를 발표한 탓입니다. 매장 8600개 중 4분의 1가량의 폐쇄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어제 실적을 발표한 제너럴밀즈도 '도전적인 운영 환경'에 대해 언급했고, 페덱스도 '도전적 매출 환경'에 있다고 밝혔었죠. 장 마감 뒤 실적을 발표한 나이키도 "단기 도전에 대응하겠다"라면서 실적 전망 하향을 경고했습니다. 4분기 매출은 126억1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2% 감소했습니다. 월가 예상 128억4000만 달러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EPS는 1.01 달러로 월가 예상 83센트보다 많았습니다. 나이키는 "라이프스타일 사업이 줄었는데 농구, 운동화 등 기능성 사업의 모멘텀이 이를 상쇄하기에 충분하지 않았다"라고 밝혔습니다. 중국 매출은 월가 예상을 넘었지만, 최대 시장인 북미 매출이 예상을 밑돌았습니다. 나이키의 주가는 시간 외에서 10% 이상 하락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아마존이 이틀째 급등세를 이어가는 등 다른 빅테크 주식이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아마존(2.19%)과 알파벳(0.80%), 마이크로소프트(0.15%)는 모두 52주 신고가 기록을 세웠습니다. 어제 31개 은행 모두가 2024년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했다는 미 중앙은행(Fed) 발표에 JP모건(0.88%) 웰스파고(0.72%) 등 은행주도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결국, 다우와 S&P500 지수는 각각 0.09% 강보합세로 마감했고 나스닥만 0.30% 상승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오늘 장세는 관망세라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원인은 PCE 물가 발표, 대선 TV토론 등 두 가지 이벤트 때문이겠죠.
월가는 헤드라인 PCE는 전월 대비 변동이 없을 것(0%)으로 예상하며, 근원 물가는 0.1% 상승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연간으로는 헤드라인과 근원 PCE 모두 2.6% 상승을 추정합니다. 찰스 슈왑의 콜린 마틴 채권 전략가는 "예상대로 나온다면 작년 말 이후 가장 작은 월간 상승 폭을 기록할 것이다. 오늘 1분기 개인소비가 1.5% 증가한 것으로 하향 조정된 데 이어 근원 PCE 물가가 둔화한 것으로 나오면 오는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LPL 파이낸셜의 퀸시 크로스비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PCE 물가가 실망스럽다면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헤드라인이 나올 것이다. 그러나 월가 추정치와 비슷하거나 더 차가운 데이터가 나온다면 7월 뉴욕 증시가 안정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Fed의 물가 벤치마크인 근원 PCE 물가가 내일 2.6%까지 떨어진다면 이는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것입니다. 전반적으로는 차량 가격 하락, 주거비 둔화 등으로 디스인플레이션이 이어질 것으로 봅니다. 그래서 9월 인하를 예상하는 곳이 많죠. 펀드스트랫의 톰리 설립자는 "하반기 인플레이션이 돌덩이처럼 떨어질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에버코어 ISI는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있다는 것이 컨센서스이지만, 향후 6개월 동안 다시 반등할 수 있다. 근원 PCE 디플레이터는 2024년 말 약 2.8% 정도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이유 탓입니다.
⑴ 서비스 물가 상승의 많은 부분은 의료비와 관련이 있다. 그런데 의료비는 병원 서비스 및 의료 보험 비용이 급등에 따른 것으로 임금 상승과 연관이 없다. 임금 상승이 둔화해도 둔화하지 않을 수 있다.
⑵ 항공료는 전년 대비 하락했지만, 이전보다 하락 속도가 느려졌다. 여행이 급증하면서 항공료 반등 가능성이 제기된다.
⑶ 주거비/임대료 상승세는 여전히 높다. 연간 상승률은 둔화하고 있지만, 지난 5개월 동안 월별 상승률은 여전히 높으며 가속화될 수 있다. 새로운 임대료가 기존 임대료보다 여전히 약 6% 높기 때문이다. 이들은 갱신되면서 내년에 임대료를 끌어올릴 것이다.
⑷ 레크리에이션 서비스(스포츠 이벤트, 체육관 요금, 영화 등) 물가는 팬데믹 이후 소비가 회복되면서 역사적 평균보다 훨씬 높다. 인제야 둔화하고 있다.
저녁 9시(동부시간)에 펼쳐질 대선 TV토론도 인플레이션, 금리 등에 변동성을 초래할 수 있는 이벤트입니다. 블랙록의 가르기 차우더리 투자 전략 책임자는 "확실히 선거를 앞두고 시장에 약간의 변동성이 발생할 수 있다. 바이든이나 트럼프 모두 높은 재정적자를 막을 의지가 없어 보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장기 국채에 대해 더 높은 프리미엄을 요구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뱅가드의 존 매드지르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최근 프랑스 선거를 앞두고 국채 금리가 급등한 사례를 지적하며,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높은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국채 포지션을 줄여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인상, 감세 등을 추진하면서 인플레이션이 다시 높아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많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유세에서 자신이 취임하면 감세가 최우선 순위라고 밝혔습니다.
골드만삭스는 "기업 실적이 기대치를 상회하고, 미국이 대규모 재정적자를 지속하고 있으며, 11월 대선 이후 인플레이션을 높이는 정책이 나타날 수 있어서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 위험을 경계하고 있다"라며 원자재 투자로 헤지할 것을 권했습니다. 원자재는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상승하며, 물가와 임금이 오를 때 채권과 주식에 대한 헤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지난 50년간을 분석했더니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1% 포인트 갑작스럽게 증가하면 평균적으로 원자재의 실질 수익률은 7% 포인트 증가한 반면, 주식과 채권은 각각 3% 포인트와 4% 포인트 하락했다는 것입니다. 골드만삭스는 "11월 미국 대선이 경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까? 하나의 정당이 백악관과 의회를 모두 차지하는 통일된 정부가 분열된 정부보다 더 큰 재정적자, 더 큰 재정 정책 변화, 채권 수익률 상승을 부를 가능성이 더 크다고 예상한다.
민주당의 압승은 법인세의 상당한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관세 인상과 함께 주식에 부정적일 수 있다. 공화당의 압승은 관세 인상, 이민 둔화, 이란 석유 제재 강화 등 공급 측면 인플레이션 위험을 키우고 채권 수익률에 대한 위험도 커질 수 있다. 수요 측면에서도 세금을 낮추고 Fed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시도가 강화되면 인플레이션이 상승할 수 있다.
관세 등 지정학적 충격은 자산시장의 가장 큰 변동요인이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금은 인플레이션과 지정학적 위험에 대한 최고의 헤지 수단이 될 수 있다. 금은 무역 전쟁이 발발할 경우, 미국 부채 부담에 대한 우려가 커지거나, Fed가 새 정부에 종속될 때도 상승 여력이 있다. 석유도 지정학적 위기와 인플레이션에 대응한 유력한 헤지 수단이 될 수 있다. 미국이 앞으로 주요 산유국에 대해 강경한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