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아 가격 급락…6일째 하락세 지속 [원자재포커스]
올해 두 배 넘게 뛰던 코코아 선물 가격이 하락세로 접어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7일(현지시간) 코코아 선물 가격이 6일 연속 떨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주요 산지인 서아프리카 지역의 날씨가 개선된 영향이다. 시장에서는 그간 폭등했던 코코아 가격이 조정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런던 코코아 선물(7월물) 가격. 자료= ICE 선물거래소
런던 코코아 선물(7월물) 가격. 자료= ICE 선물거래소
이날 미국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코코아 선물(9월물) 가격은 t당 전일 대비 517달러(6.64%) 떨어진 727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런던 코코아 선물(7월물)은 t당 10.3% 하락한 7010달러로 마감했다. 올해 코코아 가격이 급등하기 이전인 3월 초 수준의 가격이다. 런던 코코아는 4주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FT는 코코아 가격이 지난 18일 이후 6일 연속 내려 2022년 이후 가장 길게 하락세가 유지되는 중이라고 전했다. 가나와 코트디부아르 지역의 작황이 나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에 매도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에릭 크리텐던 스탠드포인트 에셋 매지니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 월간 업데이트에서 "수년간 지속된 코코아 강세장이 마침내 끝났을 수 있다. 가격이 충분히 떨어졌다"고 파이낸셜타임스에 밝혔다.

뉴욕과 런던의 코코아 선물 가격은 올해 두 배 넘게 뛰었다. 지난 3월 말 코코아선물 가격이 톤당 1만달러를 넘어 급등하더니 4월에는 1만2000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전 세계 코코아콩의 3분의2 이상을 생산하는 가나와 코트디부아르 등 주요 산지에서 악천후로 공급이 급감하자, 가격 상승을 예측한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거액을 투자하면서다. 이밖에도 시설 투자 부족으로 인한 노후화, 코코아 수요 증가 등이 가격을 밀어올렸다.
카를로 메라 라보뱅크 농산물 책임자는 "올해 가격이 최고치를 갱신한 이유에는 서아프리카의 역대급 공급 부족 뿐만 아니라 수확한 양보다 더 많은 코코아가 팔린 데에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그는 "가나가 세계 최대 식품 가공 업체에 판매하기로 계약한 8만톤 중 5만톤만을 생산했는데, 이번에 공급하지 못한 3만톤은 이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요 산지에 계절성 비가 내리면 공급 상황이 나아지고, 에콰도르 등에 새로운 농장이 생기면 글로벌 수요를 충족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코코아 가격이 4월 사상 최고치에서 하락하자 헤지펀드들은 강세장에 대한 투자를 줄였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자료에 따르면, 6월 둘째주(6월 12~18일)에 순매수포지션은 2만5675계약으로 집계됐다. 1월 말 7만661계약에 비해 5만건 가까이 줄었다.

다만 수확에 앞서 코코아 가격을 예측하는 것은 섣부르다는 의견도 있다. 영국 원자재 중개업체인 ADM 인베스터 서비스는 "농작물들을 아직 수확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마크 보우만 ADM 분석가는 "업계에서는 올 여름 말에 발표될 수확량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우만 분석가는 코트디부아르 항구에 도착한 코코아 물량이 여전히 감소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FT에 따르면 해당 물량은 6월 셋째주(6월 17~23일) 주에는 총 1만5000t을 기록했다. 이는 전주(2만5000t)대비 1만톤 가량 적고, 전년 동기(3만t)보다 절반 가량 적은 수치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