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에 떠다니는 빙붕 모습 사진=챗GPT
남극에 떠다니는 빙붕 모습 사진=챗GPT
남극 대륙 주변 바다에 떠 있는 거대한 얼음(빙붕)이 녹은 물이 기존 관측치보다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물은 슬러시 상태로 있는데, 빙붕이 녹는 속도가 예상보다 더 빠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경고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스콧극지연구소(SPRI) 레베카 델 교수가 이끄는 국제연구팀은 과학 저널 네이처 지구과학(Nature Geoscience)에서 인공위성 관측자료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해 남극 빙붕의 슬러시 지도를 작성한 결과 전체 녹은 물의 57%가 슬러시 형태로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8일 밝혔다.

남극 빙붕이 녹으면서 나온 물이 지금까지 연못이나 호수 등을 중심으로 추정해온 것보다 두 배 이상 많다는 뜻이다. 빙붕은 내륙의 빙하가 녹아 바다로 흘러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빙붕 녹은 물이 늘어나면 빙붕이 불안정해질 뿐만 아니라 무너질 수 있고, 이는 해수면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매년 여름 기온이 올라가면 남극 빙붕 표면에 녹은 물이 고인 호수가 나타난다. 물의 무게로 빙붕에 금이 가고 부서질 수 있다. 하지만 슬러시 상태인 물은 빙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아직 연구된 바가 없다.

델 교수는 "호수는 인공위성 사진에 쉽게 드러나지만, 슬러시는 구름 그림자처럼 보여 파악이 어렵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호수와 슬러시는 반사율이 눈이나 얼음보다 낮아 태양으로부터 더 많은 열을 흡수하기 때문에 표준 기후모델 예측치보다 얼음 녹은 물이 2.8배 많이 형성된다고 했다. 이는 빙붕의 안정성과 해수면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델 교수는 "슬러시는 지금까지 남극 대륙의 모든 대형 빙붕에서 전체적으로 파악된 적이 없어 그 영향이 무시돼 왔다"며 "슬러시 속 물의 무게로 인해 빙붕에 균열이 생기거나 확대되는 등 빙붕 안정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