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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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횡재세 열풍에 이탈리아 헌법재판소가 제동을 걸었다. 횡재세는 과도한 이익을 얻은 기업에 일부를 징벌적 세금으로 부과하는 제도다. 유럽연합(EU)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 속에서 에너지 기업들이 거둔 막대한 이익을 겨냥해 횡재세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탈리아 헌법재판소는 2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에너지 기업에 부과되는 2022년 횡재세의 일부가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이탈리아 헌재는 "기업이 납부해야 할 금액을 계산하는 데 사용되는 과세 기준에 소비세가 포함되어 있는 것은 이중과세"라고 지적했다. 2022년 3월 당시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EU 회원국 가운데 가장 먼저 횡재세 부과에 나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이후 에너지 비용이 급등해 피해를 입은 가정과 기업을 위한 구호 조치에 사용한다는 명목에서였다. 당시 제도에 따라 기업들은 부가가치세가 부과되는 사업장을 기준으로 매출액의 25%를 횡재세 명목으로 납부해야 했다. 징수 규모는 28억유로에 달했다. 문제는 해당 과세 기준이 된 매출액에 소비세도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소비세는 연료 등 특정 상품에 대해 부과되는 세금이다.

이미 제품 가격에 포함돼 있어 매출액에도 반영된다. 이날 이탈리아 헌재는 "소비세가 선반영된 매출액을 기준으로 다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이중과세의 성격을 띠게 된다"며 "당시 (전시)상황의 특수성과 부과금의 성격이 한시적이라는 것이 어떠한 형태의 과세 도입을 정당화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횡재세가 특정한 예외적인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된다고 해도 기본적인 세금의 공정성과 합리성을 침해할 수 없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