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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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27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정상회의에서 차기 후보로 확정되며 연임 가능성이 커졌다. 내달 예정된 유렵의회 본회의 인준 투표를 남겨둔 가운데, 극우파가 득세하고 있는 유럽의회의 지지를 얻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음주 조기 총선을 앞두고 있는 프랑스와 영국에서도 집권 여당이 정치적 위기를 타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 연임 가능성 높아졌지만유럽의회 인준투표 주목

EU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정상회의 첫날 유럽이사회에서 폰데어라이엔을 EU집행위원장 후보로 추천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에는 카야 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가 유력 후보로 선정됐고, 차기 유럽이사회 의장에는 안토니오 코스타 전 포르투갈 총리가 선출됐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이번 합의는 유럽의회 1,2,4위 정치그룹 내 6명이 지난 25일 EU 최고위직 후보를 추천한 데에 따른 결정이다.

폰데어라이엔이 연임을 확정짓기 위해서는 내달 중순 예정된 유럽의회 본회의 인준투표에서 720석의 과반인 361표 이상을 얻어야 한다. 로이터통신은 인준투표는 무기명 비밀투표로 이뤄지는만큼 투표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폰데어라이엔의 소속 정당인 EPP(188석)과 우호적인 두 정당인 사회민주진보동맹(S&D·136석), 자유당그룹(75석)을 모두 합치면 399석으로 과반을 넘지만 안심할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폰데어라이엔 총리는 이날 기자들에게 "나는 의회 전체와 협력할 것"이라며 "유럽의 더 넓은 다수를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칼라스 총리도 공식 임명 전 집행위원단 구성이 완료되면 집행위원 후보들과 유럽의회 청문회 및 인준 투표를 통과하고, 차기 EU 집행위원장의 동의도 구해야한다.

이탈리아·헝가리 반대 표명

다만 이번 합의에서 극우 성향 지도자들은 반대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조르지아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 후보 추천에는 기권했고, 칼라스와 코스타에는 반대표를 던졌다. 멜로니 총리는 이날 투표 과정을 두고 "무엇보다도 EU 시민에 대한 존중이 부족했다"고 평가하며 "(EU는) 이탈리아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멜로니 총리의 발언은 자신이 의장을 맡고 있는 강경 우파 정치그룹 '유럽 보수와 개혁(ECR)'이 차기 EU 지도부 협상 과정에 참여하지 못한 데에 대한 불만으로 해석된다. 이달 초 ECR은 유럽 의회 선거에서 83석을 얻어 3위를 차지했음에도 후보 추천 과정에서 배제됐다.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도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 추천에 반대했고, 칼라스에는 투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의회에서 극우 정치그룹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가운데 다음주 총선을 앞두고 있는 프랑스와 영국에서도 집권 여당이 힘을 쓰지 못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프랑스와 영국은 각각 30일과 내달 4일부터 총선을 실시할 예정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9일 유럽의회 선거에서 여당 르네상스당이 극우정당인 국민연합(RN)에 참패한 직후 대국민 연설을 통해 의회 해산 및 조기 총선 실시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프랑스 하원에서 여당 르네상스당은 577석 중 과반에 미치지 못하는 249석을 차지하고 있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