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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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최연소 총리 등극이 유력한 야당 국민연합(RN)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사진)가 이슬람 이민사회를 상대로 '문화 전쟁' 벌이겠다고 공언했다. 주말인 오는 30일 열리는 프랑스 조기 총선에선 국민연합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달 초 유럽의회 선거에서 강경 우파 국민연합에 참패하자 조기 총선 승부수를 던졌으나, 여론조사 결과 대통령과 총리의 당이 다른 '동거 정부'가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

마크롱의 여당 참패 예상...동거정부 불가피

27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연합이 1차 투표에서 35.3%, 좌파 정당 연합인 신민중전선(NFP)이 28.3%, 여당 르네상스를 중심으로 한 앙상블 연합은 20.1% 득표할 것으로 예측됐다.

여론조사업체 엘라베에의 조사를 토대로 의석수를 예상하면, 하원 577석 가운데 여당 연합은 현재 250석에서 90∼110석으로 쪼그라드는 반면 국민연합은 88석에서 250∼280석으로 세를 넓힐 전망이다. 현재 149석인 좌파 연합은 다소 늘어난 150~170석을 차지하고, 공화당은 61석에서 10~12석으로 의석이 줄어든다. 다만 프랑스 총선의 결선 투표제도에서 좌파 정당과 나머지 정당들이 '극우'로 낙인찍힌 국민연합 낙선을 위해 합심할 경우 의석 분포는 크게 달라질 수도 있다. 1차 투표에서 25% 이상 투표율에 득표율 50% 이상인 후보는 곧바로 당선되지만 모든 후보가 과반에 미달하면 12.5% 이상 득표한 후보만 결선을 치른다. 결선 투표는 내달 7일 열린다.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를 혼합한 이원집정부제를 택한 프랑스에는 대통령이 국가원수로서 외교·국방·행정에 광범위한 권한을 가지며, 총리는 정부 수반으로서 내각을 조직해 대통령에게 임명을 제청하고 행정부를 지휘한다. 패색이 짙어지면서 마크롱 대통령의 중도 사임설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은 2027년 5월 두 번째 임기가 끝날 때까지 대통령직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28세 유력 총리 후보 '문화전쟁' 선포

국민연합 돌풍의 중심엔 마린 르펜 전 대표가 내세운 28세의 정치 신예 바르델라 대표가 있다. 외모와 언변을 무기로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며 젊은 층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바르델라 대표는 이날 FT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이슬람 이민 사회를 겨냥한 법률 제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법안은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이슬람 종교 지도자 중 극단적인 성향을 보이는 인물에 대해 추방령을 내리고, 해당 이슬람 사원도 신속하게 폐쇄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슬람의 여성 복장인 부르카나 니캅처럼 베일로 여성의 얼굴 등 신체 부위를 가리는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도 담기게 된다. 스카프 형태인 히잡과 달리 부르카·니캅은 검은 복면 형태라 여성의 인권을 억압하고 범죄자들이 악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르델라 대표는 "프랑스 사회에서 베일의 사용은 적절하지 않다"며 "법률뿐 아니라 문화 전반에서 전쟁이 수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부모를 둔 프랑스 영토 출생자에 대한 시민권 부여 요건을 강화하겠다는 공약도 내세웠다. 바르델라 대표는 "지역적 갈등과 기후변화 등으로 엄청난 규모의 이민자가 프랑스로 올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영토 내 출생자에게 자동으로 시민권을 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이민에 대한 국가 통제권을 강화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경제정책과 관련해선 부가가치세 완화와 프랑스 기업에 대한 공공구매 우대 등 유럽연합(EU)이 정책에 반하는 노선을 천명했다. 프랑스의 EU 예산 분담 규모도 매년 20억 유로(약 2조9000억원)씩 줄이겠다고 밝혔다. 바르델라 대표는 "EU와 전쟁을 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프랑스의 이익을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