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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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서구의 한 프랜차이즈 술집에서 생맥주를 재활용하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가게에서 사용하는 생맥주 장비의 위생 상태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이에 생맥주가 담긴 통보다 노즐에서 세균 번식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유튜브 채널 '짬꼬부부'을 운영하고 있는 정근식 씨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내 맥주가 안 시원했던 이유"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영상 속에는 술집 업주가 맥주를 따르는 과정에서 흘린 맥주를 의문의 통 따로 모아놓고, 이를 손님에게 나갈 맥주잔에 붓는 장면이 담겼다. 정씨는 "술집에서 일해본 적 없어서 정말 궁금하다"며 "원래 저렇게 생맥주 따르다가 흘린 거 모아놓고, 새로 주문한 생맥주에 재활용하는 거냐"고 물었다.

가게에서 판매하는 생맥주는 '케그'라고 부르는 완전히 밀봉된 금속 용기에 보관된다. 자외선, 산소와 접촉하지 않기 때문에 병, 캔에 든 맥주보다 신선도가 오래 유지된다. 따라서 개봉만 하지 않으면 통 내부에 있는 맥주에서 세균이 번식할 가능성은 0%에 가깝다.

다만 케그에 있는 맥주를 압력으로 끌어올리는 수도꼭지 형태의 장비인 '디스팬더'와 연결된 노즐에서는 세균이 번식할 수 있다. 더군다나 요즘처럼 급격히 기온이 올라가는 여름철엔 세균 번식이 더 활발해져 주의가 요구된다.
정씨가 한 업소가 생맥주를 재활용한다고 주장하며 올린 영상 일부 / 사진=정근식 씨 인스타그램 캡처
정씨가 한 업소가 생맥주를 재활용한다고 주장하며 올린 영상 일부 / 사진=정근식 씨 인스타그램 캡처
한 업계 관계자는 "케그에 담긴 맥주가 처음으로 산소와 접촉하는 노즐은 디스팬더를 열어놓지 않은 상황에서도 항상 잔여 맥주가 남아있다. 만약 여기에 세균이 증식되면, 해당 디스팬더를 통해 따른 생맥주는 위생상 마실 수 없다"며 "노즐은 원칙적으로 매일 분해해 청소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말했다.

'술은 상하지 않는다'는 속설도 사실이 아니다. 물론 소주, 위스키 등 높은 도수의 증류주 같은 경우엔 뚜껑을 따더라도 사실상 유통기한 없이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다. 그러나 맥주, 막걸리, 와인과 같은 발효주는 일단 개봉 후 산소가 닿으면 언제든 세균이 번식해 상할 수 있다.

만약 배달시킨 생맥주가 남아 보관해야 한다면 가장 중요한 것도 역시 '밀폐'다. 공기와의 접촉을 최소화해야 처음의 맛과 탄산을 최대한 오래 보관할 수 있다. 이 관계자는 "맥주를 마시는 중간에도 배달용 생맥주 용기의 뚜껑을 닫고 있으면, 초기에 빠져나가는 탄산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기온이 높으면 탄산이 더 빨리 사라지므로 최소 4도~6도로 보관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용기의 뚜껑을 꽉 닫기 전에, 맥주 용기를 일부러 눌러서 안에 있는 공기를 최소화하면 보다 맥주 맛을 오랜 기간 유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